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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첫 다자 공급망협정, 한국이 이끌어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IPEF 공급망 리스크 관리 위원회 출범

美·日·호주 등과 막바지 작업 나서

위기대응 경험·정책 노하우 가진 韓

리더십 발휘해 인태 연대 기여해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제공=산업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은 세계경제가 당면한 다중 복합 위기 극복에 필수적인 사항이 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태평양 협력이 강조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정상회의로 격상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을 시도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자 2022년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했다. IPEF에는 미국·한국·일본·인도·호주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PEF 협력은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 수많은 국가가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단절이나 왜곡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급망 리스크와 관련한 역내 국가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기에 IPEF 공급망 협력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2월 세계 최초의 다자간 공급망 협정이 발효됐고 IPEF 공급망 협정은 이행 단계로 돌입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공급망 협정의 핵심은 위기 발생 시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14개국 회원국 간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평시에는 공급망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회원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를 위해 출범한 이행 기구가 바로 ‘공급망 위기대응네트워크(CRN)’다. 공급망 교란 요인 발생 시 최고위급 핫라인을 통해 역내 회원국들에 즉시 지원을 요청하고 대체 공급선 발굴, 공동 조달, 대체 운송 경로 확보, 신속 통관 등 지원 가능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CRN의 주요 임무다.



예컨대 한 회원국에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국은 위기 징후 감지 즉시 의장국에 긴급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 긴급회의는 15일 이내에 개최되며 모든 회원국들이 함께 위기 발생 국가를 지원할 수 있는 조치를 논의한다.

3년 전 요소수 부족 사태 발생 시 우리나라가 고군분투하며 개별 국가들과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고 3주 만에 호주로부터 요소수를 공급받았던 때와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역내 한 국가라도 공급망 위기를 겪게 되면 여타 회원국들이 자동 개입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축함에 따라 13개의 든든한 우방국을 상시 옆에 두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PEF의 또 다른 축인 ‘공급망위원회’는 평시에 공급망 다변화와 물류 원활화, 공동투자 프로젝트 발굴 등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급망위원회를 주축으로 회원국 간 정책 공조가 강화되고 기업간 협력이 확대된다면 역내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쉽게 말해 위기대응네트워크가 공급망 쇼크 발생 시 심폐소생술을 담당한다면 공급망위원회는 평소에 기초 체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공급망 위기대응네트워크 및 공급망위원회의 공식 출범과 함께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주요국들과 긴밀하게 의장국 선출, 운영 세칙 등과 관련된 막바지 조율 작업을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공급망 위기 대응 경험과 공급망 3법 정비 등 정책 노하우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음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다자간 공급망 협정이 개별 회원국의 공급망 안정화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연대·협력과 경제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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