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 원 규모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원자력학회는 밀폐 처분 용기에 사용후핵연료를 촘촘하게 채워넣고 처분공(구멍) 간격을 좁히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을 통해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범진 원자력학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속적인 외부 압력과 부식 환경에 견딜 수 있게 이중(밀폐) 처분 용기의 구리 두께를 5㎝에서 1㎝로, 처분 용기에 담을 사용후핵연료 다발 수를 4다발에서 7다발로 최적화할 경우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처분장 면적과 처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세계 최초로 최종 처분장 운영에 들어가는 핀란드 모델을 우리나라에 차용했을 때 2012년 물가 기준 32조 원의 처분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반면 원자력학회가 제안한 한국형 고준위 방폐물 심층처분 개념을 따를 때는 최소 12조 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80년대 기술이 채택된 유럽형 처분장을 최신기술로 현대화한 덕택이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지질 환경과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안전성과 경제성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최적의 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의 모암은 우리나라 지질 특성상 가장 풍부한 데다 처분 안전성 확보에 적합한 화강암반이 바람직하다”면서 “지하수 이동이 느린 500m의 심도에서는 부식이 제한돼 두께 5㎝ 구리 용기는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구리 용기의 두께를 1㎝ 이내로 줄여 3D프린팅 신기술을 적용해 제작할 시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력학회는 이 같은 변동 사항 등을 반영해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 계획’의 처분 사업 일정을 재평가한 결과 2042년 처분 시설 건설 인허가, 2048년 처분 시설 운영 인허가, 2050년 최종 처분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32년가량 소요되는 고준위 방폐장 설립 계획을 약 12년 단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수 있는 국가 계획 수립을 명시한 유럽연합(EU) 택소노미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지하연구시설(URL) 운영·장기 성능 실증과 암반 특성화 시설 구축, 최종 처분장 성능 실증 등 일부 사업을 병행 추진하는 가속화 조치가 이어진다면 목표로 한 기간 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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