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신규 차량 ‘사이버트럭’이 2분기에 미국 픽업 트럭의 명물, 포드 ‘F-150 (라이트닝)’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10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가의 차량 판매 호조는 최근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테슬라에게 긍정적 요인이지만 아직 매출 비중이 낮고 개발비 등을 감안할 경우 전체 현금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2024년 2분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판매량이 총 8755대로 미국의 인기 모델 포드 F-150 라이트닝보다 850대 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평균 거래 가격이 10만 달러 이상인 차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포드 F-150 라이트닝이 약 1만 5645대, 사이버트럭은 1만 1558대로 아직은 차이가 좀 있다. 리비안의 R1T 모델이 허머 트럭을 앞선 것도 이례적이다. R1T 모델의 추정 판매량은 6570대이며, GMC 허머 트럭은 4597대를 기록했다.
특히 리비안은 제조 공장의 일시적 폐쇄에도 이런 성과를 나타냈다. F-150은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이며 최고급 플래티넘 트림의 가격은 8만 4995달러로 사이버트럭 트라이 모터 옵션인 9만 9990달러와 비슷하다. 화물 공간은 라이트닝이 5.5피트, 테슬라가 6피트이며 총 화물 용량은 라이트닝은 최대 2235파운드, 사이버트럭은 2500파운드의 적재량을 수용할 수 있다.
생산 비용 및 연구 개발비 상승 등으로 테슬라의 2분기 영업마진은 8.7%로 가장 높았던 2022년 1분기 19.2% 대비 10.5%포인트 감소했으며,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2%로 미국 시장 평균 20%보다 낮고 2022년 고점 30.2%에서 1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3배로 포드(5.8배), GM (4.6배), 포르쉐 (13.6배), 페라리 (46.6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20.6배)보다 높아 주가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즉, 이익 수준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도 테슬라의 수익성을 낮추고 있다. 한때 페라리, 포르쉐와 견줄 정도로 영업마진이 높았으나 가격 조정과 제품 믹스로 인한 평균판매단가(ASP) 감소, 인공지능(AI) 및 배터리 개발에 따른 운영 비용 증가, 사이버트럭 생산 램프업 비용, 프리몬트 공장 모델 3 업데이트 및 베를린 공장 생산 중단 (인도량 감소) 등의 원인으로 감소했다. 모델 3와 Y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97% 수준이지만, 모델 3의 가격은 7월 기준 3만 3990달러로 고가 차량인 모델 S의 절반인 51%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고금리 환경은 업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객은 높은 대출 금리로 차량 할부가 부담스럽고,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가격전가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성 둔화를 겪고 있는 테슬라에게 대당 10만 달러를 훌쩍 넘기는 사이버트럭의 판매 진전은 굉장한 희소식이지만,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 비교적 어려운 점 (2024년 연간 12만 5000대, 2025년 25만 대)과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작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