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1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내년 5월 중과세를 부과할 경우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해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3년째 ‘한시 유예’인 양도세 중과는 현재 시행령을 통해 적용 시점을 미뤄둔 상태”라며 “유예기간 일몰 시점에 맞춰 시행령 개정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문제를 이번 세법개정안 논의에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양도세 외에도 종합부동산세·취득세 다주택자 중과 개편도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양도세 중과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유예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밖에 없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할 경우 과표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세율 6~45%에 가산세를 더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가산세율은 2주택자 20%, 3주택자 이상은 30%다. 2024년 7월 기준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강남·송파·서초·용산구 4곳이다. 해당 규정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날인 2022년 5월 10일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적용이 1년 유예됐다. 이후 정부는 매년 유예 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산 보유·거래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자칫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여야 양쪽에서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기재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시장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리적인 조세 제도를 구축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만들어 놓고 시장 상황만 보면서 시행 시점만 연장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양도세 중과는 1년 남짓 시행되는 동안 시장 왜곡만 가중하다 유예된 제도”라며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고 시장 예측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폐지하는 편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가격은 강남·용산·마포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오르며 셋째 주(0.0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3% 오르면서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또 전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 가격 역시 올 6월 기준 67.5%로 2023년 1월(6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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