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 중요한 것 같아요. 프로덕트는 2년간 개발했으니까요.” 웹2와 웹3 비즈니스의 가장 큰 차이점을 묻자 이승윤 스토리프로토콜 공동창업자는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웹소설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래디쉬’를 창업해 5년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000억 원에 매각한 창업가다. 웹2에서 대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엔 웹3 생태계에 도전했다.
이 공동창업자는 지난 달 10일 스토리 레이어(L1) 출범 소식을 밝히며 모나드, 베라체인 등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콕 집어 언급했다. 이들 인프라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조금 더 낫다는 측면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 뿐 세상이 놀랠만한 ‘와우’ 사용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스토리 체인은 지식재산권(IP) 혁신을 이룰 블록체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논란이 될만한 주제를 던지면서 스토리 체인 출범 소식을 알리는, 효과적 마케팅 전략을 펼친 셈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Jbk컨벤션홀에서 열린 스토리 프로토콜의 첫 국내 행사 ‘Where The Story Begins: Programmable IP’에는 화제성을 보여주듯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첫 세션 연사로 나선 안데르아 무토니 스토리 개발 책임자는 “모두가 창작자가 될 수 있고, IP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새로운 IP가 더 빠르게 창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누구나 잠재적 혹은 실질적 IP 창작자로 살아가는 세상인데도 현재의 IP 시스템은 이러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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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개인이 합법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 IP를 활용하려면 넷플릭스 본사와 협상을 해야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IP를 보유자 입장에서도 AI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가수 아이유가 부른 비비의 밤양갱 등 원작자 동의없이 AI로 만든 콘텐츠는 수도 없이 많다. 무토니 개발자는 “리믹싱은 피할 수 없지만 합법적이어야 한다”면서 “누구나 라이선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리 체인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스토리 체인에 올린 IP는 누구나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다만 수익은 IP 보유자에게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코드’로 프로그램화 한다. 이렇게 되면 AI로 계속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최초 IP 등록자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무토니 개발자는 “모든 IP가 자산화될 수 있다”면서 “이제 IP는 새로운 금융 자산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IPFi’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레고를 조합하듯 IP를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디파이(De-Fi)에서 이름을 본따 IP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IPFi로 명명한 셈이다.
스토리프로토콜은 기존 블록체인이 아닌 새로 레이어1(L1) 스토리 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박종원 스토리 엔지니어는 “IP유동성 레이어로서 라이선스 및 로열티 토큰의 글로벌 상호호환성을 제공하고 IP 오라클이나 분쟁 자동화 같은 특정 IP 로직을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IP 분야에 특화된 맞춤형 블록체인이 필요해 새로 L1을 개발했다는 의미다. 기존 블록체인의 높은 가스비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IP 유동화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가스비가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토리 체인은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스토리프로토콜은 지난해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해시드 등으로부터 5400만 달러(약 712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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