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자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활황을 기대하고 예탁금을 쌓아뒀지만 정작 사용률은 연중 최저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올 2분기 실적이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도 7월에 단행됐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리자 길을 잃은 양상이다. 증시의 높은 변동성에 개인투자자들은 일단 예탁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기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2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투자자 예탁금 일평균 회전율은 34.89%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탁금 회전율은 예탁금 중 실제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주식 투자를 위해 쌓아둔 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예탁금을 늘리며 증시 호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실제 6월 한 달에만 투자자 예탁금은 4조 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7월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가 국내 증시를 지배하며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이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며 주가 변동성이 더 커졌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상승 폭이 감소했다. 반도체와 함께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역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우려와 함께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외에도 SK와 두산 합병 이슈 등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투심을 위축시켰다.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보다는 돈을 빼거나 투자 자금을 CMA로 옮기며 동태를 살피는 모양새다. 1일 기준 CMA 잔액은 85조 6851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 원 넘게 늘어났다. 그동안은 국내 증시가 불안하면 미국 증시로 갈아타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국 ‘매그니피센트 세븐(M7)’마저 흔들리자 단기 이자라도 받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향후 국내와 미국 증시 모두 박스권에 갇힌 채 큰 폭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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