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위원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자진사퇴 대신 직무정지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기로 하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에 방통위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주무부처로서 수개월째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식물 방통위’ 상태도 당분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이 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실무 공백이 생기면서 산적한 현안 안건 의결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3일 방통위에 따르면 이 기관은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제재, 미디어와 인공지능(AI) 관련 법 제정,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등 핵심 추진과제 58건을 올해 업무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이 중 앱마켓 제재는 8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애플·구글이 자사 앱마켓에 입점한 앱 개발사들에게 디지털 상품 판매액의 최고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하자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총 680억 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를 포함한 제재안을 마련해 당해 말 확정키로 했었다.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는 국내 개발사와 서비스 이용자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전체회의를 열어 제재안을 의결해야 하지만 당분간 진척이 어려워졌다.
이 위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추진 의지를 밝힌 ‘통합미디어법’ 제정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통합미디어법은 여러 법에 흩어진 미디어 규제를 정비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경쟁하는 인터넷(IP)TV 등 기존 미디어의 규제 역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입법이 논의돼왔다. 정부안으로 추진 중이어서 이 또한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계획들도 위원장 공백에 더해 국회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범으로 추진 중인 ‘AI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단통법 폐지 논의 등이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선 토종 플랫폼과 미디어 산업 육성의 기반 마련이 무기한 지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IPTV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K콘텐츠·미디어 진흥 등에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회가 ICT 산업과 방송 관련 논의를 분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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