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받는 테스트 하나가 있다. 한국어 테스트가 아니라 퍼스널컬러 진단이란다. 피부색이 헤모글로빈의 붉은색, 멜라닌의 갈색, 케라틴의 황색이 합쳐서 결정되다 보니 사람마다 쿨톤과 웜톤 등의 범주로 나눠준다. ‘인생 컬러’를 한 번 진단 받고 나면 옷태가 다르다고 한다. 예쁘면 다 어울린다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다. 한 여행플랫폼이 조사해보니 상반기 외국인의 퍼스널 컬러 진단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0배 증가했다. 한국에서 두피 케어를 하겠다며 홍대로 압구정동으로 미용실 찾는 외국인도 늘었다.
K-뷰티가 지구촌 전체적으로 강세다.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증가한 48억 달러(약 6조 5352억 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올해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뷰티기기 수출은 놀라울 정도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한국의 전동 피부 마사지기나 LED 마스크, 두피 관리기 등을 찾을 수 있다. 가정용 미용 기기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1억 달러에 육박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벌써 따라잡았다. ‘저스틴 비버 부인 효과’란 말도 있다. 10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모델이자 저스틴 비버의 부인인 헤일리 비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국 뷰티기기 사용 영상이 노출되면서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K-뷰티 열풍은 과거처럼 중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반갑다. 한국 화장품 수출 1위국은 중국이지만 수출액의 증가 속도는 북미(44%), 유럽(50%), 중동(40%)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동, 홍대 앞 화장품 편집숍 앞에서 성지순례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국적이 매일 다르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K-뷰티 인기 선두에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화장품 수출액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약 69%에 달했다. K -뷰티가 지구인의 주름살 뿐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주름살을 펴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밋빛 통계만 보고 낙관하며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된다. 향후 수년간 연 5~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강호 프랑스, 독일 외에도 우리에 뒤쳐진 다른 유럽 국가들이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중국 내수로 다진 C-뷰티 기업들도 해외진출을 꾀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견고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해 자생력을 계속 키워가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K-뷰티의 인지도를 노리고 국내 상표를 무단 선점하거나 모방·위조제품을 유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국과 동남아에서 발생한 K-브랜드 상표 무단출원 중 가장 많은 품목이 화장품(18.7%)이다. 인력과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해외 판로 개척이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 간 협력을 통해 해외의 상표 무단선점 및 위조제품 유통에 엄정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인생 컬러·마데카 등 뷰티 신조어가 쏟아지는 이때 K-뷰티의 컬러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시원하게 수직상승하는 쿨톤도 좋고, 따뜻하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웜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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