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붐’으로 설계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SK하이닉스(000660)가 타 부서 인력을 HBM 조직으로 끌어오는 한편 추천 채용을 통해서도 인력 수급에 나선다. 고객사의 빨라진 인공지능(AI) 인프라 개발 시간표에 속도를 맞추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회사 내에서 메모리 컨트롤러 등을 설계하는 시스템온칩(SoC) 설계·솔루션을 담당하는 인력 등을 HBM 설계 조직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동시에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 추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HBM 회로 설계 등 부문에서 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미래 수급 상황을 고려해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사내에서 HBM 설계 조직을 밀어주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만 봐도 관련 인력을 최소 1.5배는 더 확충해야 한다”고 전했다.
회사의 2분기 HB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했다. 인력 재편에 속도를 내는 것도 매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더욱이 HBM 설계는 기존 D램과 개발 과정이 다르다. 아날로그 설계가 중심인 전통적 메모리와 달리 로직 다이 비중이 높은 HBM은 그 자체로 설계 구조가 더 복잡하고 이 때문에 설계에서 디지털전환(DX)율도 높다.
고객사의 제품 개발 속도는 물론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시장 구조에도 대비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신제품 개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을 독점 공급하다시피 해온 SK하이닉스 역시 이 시간표에 맞춰 보조를 맞춰야 한다. 또 6세대 제품(HBM4)부터는 더 정교해질 로직 다이의 기술적 뒷받침도 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졌고 경쟁사들도 HBM 조직의 재정비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면서 “인재 채용 확대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