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이 불량 문제로 납품 지연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랙웰은 첫 제품이 오픈AI에 제공된 상태로 올해 말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블랙웰을 제조하는 TSMC 4나노 2세대(N4P) 공정에 차질이 있거나, 엔비디아 자체 설계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따른다. 어느 쪽이던 최근 AI 거품론에 주가가 하락중인 엔비디아에게는 악재다.
3일(현지 시간)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또 한 곳의 클라우드 기업에게 B200 블랙웰 생산 지연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클라우드 고객사들에게 생산 공정 후반에서 발견된 설계 결함 때문에 납품이 당초 계획보다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된다고 공지했다”며 “현재 TSMC와 엔비디아가 새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으로 내년 1분기까지 블랙웰 대량 출하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 3월 GTC 2024에서 공개한 신형 AI 가속기다. 기존 H100 ‘호퍼’의 뒤를 잇는 신제품으로, 주요 빅테크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주문을 받은 상태다. 당초 엔비디아는 올 3분기부터 블랙웰 납품이 시작돼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다고 밝혀왔다. 8월 초인 현 시점을 감안할 때 초기 물량에서 불량이 발견돼 올해 말에야 인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이번 불량이 원인이 엔비디아의 설계인지, TSMC 제조 공정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디인포메이션은 ‘공정 후반에서 발견된 설계 결함’을 언급했으나 블랙웰 첫 물량은 이미 오픈AI에 제공돼 GPT-4o 개발에 쓰인 바 있다. 오픈AI에 제공된 칩셋에서도 설계 결함이 발견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블랙웰은 TSMC 최신 3나노보다 상대적으로 구형인 4나노 2세대로 만들어지는 만큼 공정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칩 특성과 생산 주기에 따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는 칩 완성 후 패키징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엔비디아는 암초를 만난듯 하다. B200 블랙웰은 칩당 가격이 3만~4만 달러 상당으로 내년까지 주문이 차 있다. 시장은 3분기부터 블랙웰 납품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블랙웰 기반 제품은 올 하반기부터 파트너에게 제공될 예정”이라며 “그 외에는 루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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