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돌입했지만 참여 주체별 이해 관계가 복잡해 순항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는 피해 판매자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반면, 티몬·위메프는 각 사 대표 주도로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채권자인 피해 판매자들은 무려 11만 명에 달해 규합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 등 ‘동상삼몽(同牀三夢)’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을 서울회생법인이 2일 승인하면서 두 기업은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ARS는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에 앞서 채무자와 채권자들 사이에 자율적인 구조조정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티몬·위메프의 경우 모기업인 큐텐과 사태를 촉발한 피해를 입은 다수의 판매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원활한 ARS 프로그램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참여 주체별로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극명하게 달라 법원이 허락한 1개월 간 합의점을 모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먼저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최고 책임자인 큐텐의 구 대표는 출자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피해 판매자들이 우선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회사를 먼저 살리자는 것이다. 이는 자금 회수가 시급한 셀러들 입장에서는 받아 들이기 힘든 주장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와 같은 판매사들의 입장을 지적한 서울경제신문의 답변 요청에 구 대표는 “그와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면서도 “더 업데이트해서 조만간 실제적인 내용으로 발표하겠다”며 출자 전환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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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의 국내 계열사 대표들은 생각이 다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물론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까지 독자 경영과 기업 매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티몬 류 대표는 서울회생법원의 심문 기일인 2일 출석한 자리에서 “큐텐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별개로 정상화 노력을 하겠다”며 “대형 투자사를 상대로 투자 유치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메프 류 대표 역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쪽에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사 대표들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법원에서 심판을 받을 것을 대비한 면피성일 가능성이 있다. 현 상황에서 적자 투성이인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기업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판매사들의 상황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티몬·위메프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이 무려 11만 명에 달해 ARS의 첫 단계인 채권협의회 구성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해관계인이 많을 수록 의견을 수렴해 합의를 이루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협의회에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까지 포함해야 해 협상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다수 판매자들은 당장 다가오는 채무 상환 만기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전전하는 상황이어서 ARS에 집중할 여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셀러들의 상황을 노리고 티몬·위메프가 교묘하게 회생 법원의 제도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도 변수 중 하나다. 검찰은 티메프 각 대표에게 횡령과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돌입한 터라 이들의 자구책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달 26일 특별 수사팀을 꾸려 각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처럼 채권단이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ARS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며 “시작하자마자 ARS 무용론이 나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은 일단 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하는 티몬·위메프 사태 셀러 간담회에 참석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대표단을 구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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