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유튜브, 웹툰, 웹소설, 게임까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시대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해진 세상에서 굳이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에서 놀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세바스티앙 보르제 더샌드박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더샌드박스는 사용자에게 여타 플랫폼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토큰 보유자에게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고, 생태계에 기여한 크리에이터에게는 수익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러한 탈중앙화적 요소가 더샌드박스만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다오(DAO) 출범…위임 제도 도입으로 참여 유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더샌드박스 한국 지사에서 세바스티앙 보르제 더샌드박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그는 지난 6월 더샌드박스가 내놓은 탈중앙화자율조직(다오, DAO)을 설명하며 “현 시점에서는 다소 이르기는 하지만 플레이어와 크레이에터가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기가 오면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 등과는 확연히 다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오 출범으로 샌드박스(SAND) 토큰 또는 랜드(LAND) 대체불가토큰(NFT) 소유자는 플랫폼 개선안(SIP, Sandbox Improvement Proposals)을 제안하고, 안건에 투표할 수 있게 됐다. 모든 토큰 보유자가 일일이 안건을 검토하고 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자 보르제 COO는 “위임(delegation)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표 권한을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현실에서처럼 토큰 보유자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권을 위임하고, 이 정당이 더샌드박스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주요 결정을 대신하도록 하는 구조다. 그는 “이를 테면 크리에이터를 위한 정당, SAND 보유자를 위한 정당, 자유로운 LAND를 위한 정당 등이 자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3년 전에 토큰을 구매했지만 더샌드박스 관련 활동이 줄어든 사용자의 관심을 환기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2000만 달러 유치…모카버스 토큰에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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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샌드박스는 최근 2000만달러(약 273억 6800만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1조 3684억 원)로 평가받았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메타버스 붐이 사그라든 이후 받은 투자라 더 이목이 쏠렸다.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금세 자취를 감췄지만 더샌드박스는 꾸준히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보르제 COO는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면서 지속 가능한 메타버스의 비결로 기술과 제품, 훌륭한 콘텐츠 개발, 탄탄한 생태계, 그리고 다오를 꼽았다.
최근 애니모카브랜즈가 출시한 모카버스와는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더샌드박스는 애니모카브랜즈의 대표적 메타버스였다. 이에 모카버스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우려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더샌드박스는 모카버스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모카버스(MOCA) 토큰 투자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곧 샌드박스에서 모카버스와 연동된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보르제 COO는 “웹3에서의 차이점은 타 플랫폼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 것”이라면서 “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네트워크 효과로 더 많은 사용자가 연결돼 생태계 전체에 가치를 더한다”고 전했다.
한국, 아시아 최대 시장…대형 게임사와 협업 예정
보르제 COO는 정기적으로 일년에 서너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면서 “랜드 소유주 수로는 1200명 이상으로 한국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더샌드박스가 꾸준히 한국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나혼자만레벨업’과 같은 K콘텐츠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K콘텐츠 전용 케이버스 랜드 세일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보르제 COO는 “웹2 분야에서 활동한 국내 대형 게임사 중 하나가 캐릭터와 지식재산권(IP)을 특징으로 하는 컬렉션을 더샌드박스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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