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율주행·커넥티드카(네트워크 연결 차량)에 중국산 소프트웨어·통신모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수 주 내에 3단계 이상 자율주행 차량에 중국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중국에서 개발된 고급 무선통신모듈을 장착한 차량의 미국 내 주행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3단계 자율주행은 ‘조건부 주행 자동화’로 불린다. 운전자 탑승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상황에만 개입하는 수준을 뜻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커넥티드카 관련 규제를 8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상무부는 중국 등 '해외 우려 기관(FEOC)’에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한을 언급했다. 이번에 규제 범위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통신모듈로 확대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중저가 통신 장비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차량 내 특정 시스템과 커넥티드카의 연결 기술에 관련된 국가 안보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며 “업계도 해당 규정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미 지난주 수요일 커넥티드카 안보 위협에 관해 동맹국과 산업계 지도자들을 만나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한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관리들이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본토 내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하며 지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의원들이 바이두, 디디추싱 등 10개 기업에게 관련 질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원들은 2022년 11월부터 1년간 캘리포니아에서만 중국 업체들이 45만 마일(약 72만4200km)에 달하는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움직임은 저가 공세를 무기로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미국의 압박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혁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 상무부의 규제 움직임에 “시장 경제 법칙과 공정 경쟁 원칙을 존중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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