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앞으로 운전면허 딸 필요가 없겠는데?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차이를 못 느끼겠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아폴로 고)에서 내리며 동행자가 감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차량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에도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지만 무인 로보택시는 스스로 안전하게 운전하며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줬다.
지난 5일 세계 최대 자율주행 서비스 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우한시에서 체험한 로보택시는 탑승해서 하차할 때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운전사가 아예 없는 완전 무인택시였음에도 차선을 변경하고 좌회전, 우회전을 하는 것이 아주 부드럽게 이뤄졌다.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나타나면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였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해서 다가오는 전동 오토바이를 향해서는 경적을 울렸다.
뤄보콰이파오는 중국 자율주행 산업을 이끄는 바이두가 운영하는 로보택시 플랫폼이다. 우한시 외에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창사, 충칭, 푸저우, 양취안 등으로 서비스 제공 도시를 넓혀가고 있다. 그 중 우한은 가장 넓은 구간에서 가장 많은 누적 서비스를 기록한 곳으로 중국 내 완전 무인 차량의 대표적인 테스트 베드다.
일반 차량 호출 플랫폼과 달리 외국인은 직접 호출이 불가능해 현지인의 도움을 얻어 차량을 불렀다. 호출했다. 약 3분 만에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가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아폴로 문’이 도착했다. 차량 지붕에는 라이다와 센서등이 달렸고, 차량이 멈추자 ‘정차중, 차 문 주의’라는 글자가 지붕 위에 LED로 표시됐다. 차량의 번호판 끝에는 테스트 중이라는 의미로 ‘시(試)’가 적혀 있다.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 숫자를 뒷 문 옆에 터치패드에 입력하자 뒷좌석 문이 열렸다.
탑승하고 문을 닫았지만 출발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앞좌석 뒤편에 걸린 터치패드 모니터에 출발 표시를 누르자 그제서야 차량은 달리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이내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표시와 함께 음성으로도 동시에 안내가 됐다. 운전중 핸들 조작 금지, 차창 밖으로 신체 부위 내놓지 말기, 차량 내 흡연 금지 등의 주의 사항도 표시됐다.
차량 곳곳에도 탑승 시 주의할 점을 스티커로 붙여놨다. 핸들에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의 글이, 조수석에는 ‘뒷 좌석이 더 편하니 뒷 좌석에 앉아주세요’라며 완곡한 표현이 적혀 있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놓인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에는 ‘자율주행 중에 앞좌석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하고, 앞좌석 설비에 손대지 말 것’이라며 ‘위반하면 플랫폼 규칙에 따라 처벌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 문구가 붙었다.
우한시 한양구 지하철 4호선 치리먀오역 B출구에서 란장루역 B출구까지 약 5km 구간을 체험했다. 주행 중 모니터를 통해서 주변 도로 상황을 보니 차량은 물론 자전거, 사람까지 정확하게 인식했다.
베이징의 경우 차량이 많지 않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등 일부에서 시험운행을 하는 것과 달리 우한시의 로보택시는 통행량이 적지 않은 일반 도로를 달렸다. 다소 거친 성향의 우한 운전자 사이에서도 사방에서 끼어드는 차량들을 피해 안정적으로 운행했으며 도심 내 최고 속도인 시속 60km를 무리 없이 유지했다. 성격 급한 운전자의 경우 조금 더 빨리 달릴 수도 있었겠지만 내비게이션의 예상 주행 시간인 약 15분에 딱 맞춰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9.83위안(약 1900원)으로 일반 차량 호출 시 약 20위안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범운행인 만큼 더 많은 탑승을 유도하기 위해 저렴한 요금 정책을 도입한 탓이다. 승객이 모두 하차하고 문을 닫자 차량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뤄보콰이파오는 세계 최초로 레벨4(고도 자동화 단계)를 적용해 자율주행 상용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조수석에도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동화 단계인 레벨5의 완전 자동화 바로 전 단계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아직 이용객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우한시의 경우 차량 호출 이용자의 1% 정도만이 로보택시를 선택한다.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차량을 호출할 때 입력한 출발점과 도착점이 명확해야 한다. 기존 차량의 경우 출발점 앞 뒤에 서 있어도 기사가 이용객을 인지하고 정차하지만 로보택시는 바로 그 지점에만 멈춘다. 기사도 없으니 전화를 해서 어느 지점으로 이동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하차할 때도 다소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하철역 위치를 인식해 차량은 정차했지만 정작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는 철제 가림막이 설치돼 10m 가량을 차도로 걸어가야 했다. 사람이 운전했다면 보다 안전한 위치에 승객을 내려줬을 것이다.
돌발 상황이나 복잡한 도로 환경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차량호출 서비스의 기사 왕씨는 “교통사고가 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경찰을 불러도 관련 규정이 없어 처리가 불가능하고 사고에 따라 비용을 지불받고 해결한다”고 말했다. 왕씨는 도로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운전하지 못하고 정해진 법규에 맞춰서만 운전하는 것도 도로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우한역처럼 차선이 좁아지는 병목현상이 심한 곳이나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차량이 엉키는 구간에서도 로보택시는 대처 능력이 떨어져 주변 교통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왕씨는 “초기에는 로보택시가 우한역까지 운행을 했지만 기사들의 반발로 인해 지금은 운행 구역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로보택시에게 승객을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우한시 기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 차량 운전 기사인 왕씨는 “몇 주 전에 창장에 로보택시가 빠졌다”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바이두는 이 같은 가짜뉴스 바로잡기에 나서며 그 과정에서 10명이 넘는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우한지역 택시 기사들은 로보택시 영업을 중단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그들은 “로보택시가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수입이 줄어 운행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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