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 글로벌 주식 시장 변동성으로 제기되는 AI 거품론과 관련,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000660) 본사인 경기 이천시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주도권을 잡은 HBM 사업을 넘어 신성장 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을 당부한 취지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곽노정 대표,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 송현종 코퍼레이트센터 담당 사장 등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HBM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후공정 설비가 구축된 이곳에서 3월부터 업계 최고 성능의 AI용 메모리인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3분기 양산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할 계획이고 6세대 HBM(HBM4) 또한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최 회장은 HBM 생산 라인을 점검한 뒤 경영진들을 불러 모았다. 장시간에 걸쳐 AI시대 D램∙낸드 기술과 제품 리더십, '포스트(Post) HBM'을 이끌어 나갈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회장은 "내년에 6세대 HBM를 조기 상용화해 대한민국의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해외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3만2000명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의 성과인 동시에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최 회장은 올 들어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조하며 AI 행보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AI 밸류체인 리더십이란 그룹 보유 역량을 끌어올려 AI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이같은 기조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의 연쇄 회동을 가졌다. 4월 미국 앤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했고 6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양사간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어 6월 말부터 약 2주간 미국에 머물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등 미 주요 빅테크 수장과 연이어 회동하며 반도체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SK 관계자는 "AI 반도체 리더십 강화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최 회장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직접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SK를 AI회사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순 경기 이천 SK텔레콤(017670)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입 구성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SK 계열사들이 AI 회사로 전환돼야 한다"며 "자신과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를 최대한 사용하라"고 말했다. SK는 이미 6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2026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반도체 분야에 10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5년간 약 3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를 합병을 통해 자산 100조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합병안이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이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솔루션 개발을 하기 위한 조치다. SK 관계자는 “HBM, 퍼스널 AI 어시스턴트 등 현재 주력하고 있는 AI 분야에 더해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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