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투자자 이익 보호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산운용사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주문하고 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97%가 의결권 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불성실 공시를 하고 있었다.
6일 금융감독원이 2024년 1분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거래소에 공시한 274개사(안건 2만 7813개)를 점검한 결과 96.7%(265개사)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기재하지 않고 ‘주주총회 영향 미미’ 또는 ‘주주권 침해 없음’ 등으로 형식적으로 써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올해 3월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담당 임원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충실한 의결권 행사 및 공시를 당부한 바 있다. 점검 결과 자산운용사들이 의결권 공시대상 법인 위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행사·불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하는 등 당국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여부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관련 내부지침을 공시해야 하지만 121개사(44.2%)는 법규 나열 수준으로 기본 정책만 공시했다. 겨우 51개사(18.6%)만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반영했다. 거래소 공시 과정에서 항목별 작성 기준도 준수하지 않았다. 대다수 운용사가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거나 의안 유형이나 대상법인과의 관계 등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이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1582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 71%(1124건)가 의결권 행사 사유의 불성실 공시로 판단이 불가능했다. 344건(21.7%)만 의결권을 내부지침에 따라 적절하게 행사했다. 114건(7.3%)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내부지침과 다르게 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규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펀드 의결권 행사가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개선을 유도하고 점검을 지속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에 부적절한 이사 선임 시도 등이 있다면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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