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여파 등으로 최악의 폭락 사태를 겪었던 코스피지수가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가 잦아든 덕에 3거래일 만에 간신히 반등했다. 다만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지 단 하루 만에 사상 최대 폭까지 올랐다가 다시 2400대로 주저앉는 등 코스피의 장중 변동성은 여전히 극에 달했다.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로 채권·금 등으로 갈아타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코스피에 대해서는 매도 우위 자세를 유지하는 바람에 국내 증시의 상승 폭은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한 일본 증시(10.23%)에는 크게 못 미쳤다. 증시 전문가 대다수는 단기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중동 정세,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 잭슨홀 미팅,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실적 등 불확실한 대외 요인만 산적한 만큼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도 변동 폭이 큰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피지수는 3.30% 상승한 2522.15에 거래를 마치며 2일(3.65%)과 전날(8.77%)의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다. 전날 2441.55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날 개장부터 단숨에 2500선을 회복한 뒤 여세를 몰아 장중 한때 2578.77까지 치솟았다. 이날 코스피의 장중 최대 상승 폭인 137.22는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직후인 지난해 11월 6일의 134.03을 뛰어넘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6.02% 오른 732.87로 장을 마감해 이전 2거래일간의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던 한국거래소는 이번에는 두 시장에 5분간 프로그램 매수 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 조치를 단행했다. 거래소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매수 사이드카를 동시에 발효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불거진 2020년 6월 16일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코스피는 이후 2400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2500선을 되찾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하루 종일 요동쳤다.
이날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2033억 원, 3236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연기금이 237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7월 6일(2427억 원) 이후 1년 1개월 만의 최대 금액이다. 연기금은 전날(2358억 원)에 이어 이틀 연속 4700억 원이 넘는 돈을 풀며 증시 안전판 역할에 매진하는 자세를 취했다. 업종별로는 통신업(-0.35%)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셀트리온(068270)(-0.27%)을 뺀 모든 상장사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상당수 소화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과매도 국면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상승으로 경기 침체 공포 심리가 다소 누그러진 효과도 증시 상승에 영향을 줬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한동안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뚜렷한 증시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미국이 다음 달 본격적으로 ‘빅컷(0.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여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005930)를 1844억 원어치나 내다파는 등 코스피에 대한 매도세를 유지하면서 위험자산 투자를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되자 관망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면서 투자자 예탁금은 5일 하루에만 5조 6197억 원 증가해 연중 최고치에 육박하는 59조 4876억 원이 됐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진정,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주가가 기술적으로 상승했지만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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