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교장관이 이달 중순 방한해 3년 넘게 중단됐던 한·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논의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연내 협상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은 이달 21일 방한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이 만나는 자리에서 한·메르코수르 FTA 협상이 주요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최대 규모 경제 공동체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주도로 1991년 창설됐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조 4000억 달러로 중남미 전체의 62%에 달한다. 아세안과 맞먹는 초대형 시장이다. 남미공동시장에 참여하는 인구만 2억 9000만 명에 달한다. 브라질이 메르코수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FTA 협상에서도 브라질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
앞서 노건기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브라질 산업부 차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메르코수르 FTA 협상 재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올해 여러 차례 FTA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했고 브라질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FTA 협상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최대한 연내 협상 재개를 목표로 상대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8년 5월에 서울에서 양측 간 통상차관 간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같은 해 9월에 FTA 1차 협상을 개최했다. 하지만 2021년 8월 30일 7차 협상을 끝으로 3년 가까이 공식 협상을 하지 못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의 FTA 경제적 타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FTA 발효 시 2035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는 0.36~0.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코수르로의 수출은 약 24억 달러(3조 3000억) 증가하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철강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양측 간의 교역 규모는 2011년 208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에 해마다 증감을 반복해 지난해 기준 무역 규모는 139억 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산업부는 FTA 체결 시 관세가 낮아져 무역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농축산물 개방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코수르 측에서 축산물 검역 절차 간소화와 농축산물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과도한 개방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시장 규모가 크고 잠재력이 높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 중남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농식품부를 설득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전 세계 GDP 85%에 해당하는 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중남미 시장 정도만 남았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농축수산물이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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