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립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한국 표준형 원자력발전소인 한울 3호기가 16년 연속 무고장 운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한 호기당 고장 정지율이 지난해 기준 0.08건에 그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신규 원전을 발판 삼아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프랑스 EDF 등 경쟁 업체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한수원에 따르면 10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인 한울 3호기가 지난달 말 국내 최초로 10주기 연속 무고장 운전 신기록을 작성했다. 2008년 7월 25일부터 2024년 7월 27일까지 16년(계획예방정비 기간 제외)을 쉼 없이 달린 끝에 거둔 성과다. 1주기는 핵연료를 투입한 뒤 새것으로 교체하기까지를 말하는데 통상 18개월가량 소요된다. 1주기 무고장 운전은 계획예방정비 완료 후 원전을 가동하는 시점부터 다음 계획예방정비까지 원전이 멈추지 않고 가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원전 업계에서는 ‘OCTF(One Cycle Trouble Free·1주기 무고장 운전)’라 일컫는데 원전 운영 능력과 기술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을 구성하는 약 200만 개 이상의 부품에서 단 하나의 잔고장도 없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울 3호기를 운영하는 한수원은 16년간 발전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했다. 증기 발생기와 주변압기 등 대규모 설비를 꾸준히 개선했고 고장 빈도가 높은 설비를 적기에 교체해 원전 가동 중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아울러 다른 원전의 운영 및 정비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뒤 한울 3호기의 상황에 맞춰 적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했다.
16년이라는 긴 여정이 마냥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8년에는 달궈진 원자로를 알맞게 식히는 설비인 증기 발생기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에서 출력이 떨어져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주 제어실 운전원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발전 정지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22년에는 화재 위험을 겪기도 했다. 한울 3호기가 자리한 경북 울진군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한수원 직원들이 총집결해 화재 진압에 나서면서 한울 3호기를 지켜낼 수 있었다.
한울 3호기는 10주기에 해당하는 4880일간 115GWh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대구광역시의 지난 7년간 전력 사용량인 114GW를 넘는 발전량”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대비 약 12조 8000억 원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도 약 4170만 톤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울 3호기는 1992년 5월 국내 기술진 책임 아래 설계된 첫 원전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제18차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있는 한울 3호기는 연료 교체 등의 작업을 거쳐 10월 2일 발전을 재개하면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간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울 3호기의 10주기 연속 무사고 운전 기록을 넘어 국내외 모든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수원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 운전 이후 올 8월 현재까지 총 473회의 운전 주기 중 231회의 무고장 운전을 달성했다. 원전 한 호기당 고장 정지율은 지난해 기준 0.08건에 그친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고장 정지율이 0.3건가량 된다”며 “한수원의 고장 정지율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실감할 수 있는 수치”라며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차질 없이 추진할 원동력을 얻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