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제과점 출점을 제한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5년간 연장되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출점 규제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2029년 8월까지 매년 대기업 제과점업의 신규 출점을 전년 점포수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이날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대기업은 수도권 내 출점 시 중소 빵집과 400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종전에 출점 점포수를 전년 점포수의 2% 이내로 제한하고 거리 제한도 500m였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지적이다.
대기업 빵집에 대한 규제는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나 적극적인 확장을 막아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2019년부터 이달까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상생협약이 사실상 동일한 규제 역할을 했다. 이번에 협약이 연장되면서 대기업은 향후 5년간 또 발목이 묶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숫자만 바뀐 이번 상생협약이 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한다. 규제가 처음 도입될 때와 달리 지금은 제과업계 판매 채널이 편의점, 카페 등으로 다변화되며 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커피음료점 수는 5월 기준 9만 6398개, 편의점 점포 수도 5만 3263개에 달한다.
유독 베이커리에만 엄격한 거리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개정된 음식점업 상생협약의 경우 동반위가 출점 규제 대상에서 가맹점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업의 경우 가맹 사업을 소상공인의 시장 진입 기회로 본 것”이라면서 “유독 비슷한 맥락의 제과점업에만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후발 주자의 성장 대신 1위 사업자의 독주 체제를 굳히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각 사의 시장 점유율에 대한 고려가 없는 상생협약이 새 매장 입지를 찾는 작업을 어렵게 해 브랜드 간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제가 시작된 2013년 제과업계 1위는 파리바게뜨(매장수 3258개), 2위는 뚜레쥬르(1259개)였는데, 2023년 기준으로도 두 기업이 각각 매장수 3408개, 1321개로 1, 2위를 지키고 있다.
100개 이하의 매장을 둔 업체는 매년 20개 이내 출점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상위권 사업자들을 따라잡을 방법은 사실상 가로막혔다. 이번에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 더본코리아 빽다방 빵연구소는 점포수가 18개에 불과하다. 13개의 프랑제리 매장을 보유한 이랜드이츠나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출점을 가로막는 식의 규제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같은 소상공인”이라면서 “대기업이 새 매장 출점 시 소속 가맹점주들에게 충분한 매출을 보장하도록 감시하는 방안이 소상공인 보호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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