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석유화학단지(울산 CLX)에 울산시 간부급 공무원 수십 명이 모였다. 이들은 1박 2일 동안 정유 산업의 주요 현안부터 공정의 인공지능(AI) 도입 등 경영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단체가 경영 현장으로 들어가 사업 현황과 전략을 이해하고 이를 행정 업무에 효율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단순히 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거나 시찰하는 것을 넘어 지자체와 기업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행정안전부는 SK와 울산시의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6월 20~21일 양일간 울산시 5급 사무관 이상 간부 공무원 30명을 대상으로 회사와 정유 산업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행안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한 ‘공무원의 민간기업 교육’의 첫 번째 사례로 SK이노베이션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임원급 실무진을 투입해 교육에 나섰다.
교육에 참여한 울산시 간부 공무원들은 기업 경영 현장을 체험하며 진행한 교육의 생생한 효과에 대해 호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간부급 공무원들이 기업 현장을 찾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행정과 현장이 결합된 효과성 높은 제도로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번 사례를 정부가 추진 중인 친기업 정책의 모범 사례로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기업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한 최초 사례”라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민간기업과의 교류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실행한 상생 제도가 정부 정책으로 입안된 후 산업계 전체로 확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에는 고용노동부가 SK이노베이션의 ‘1%행복나눔기금’에서 착안한 상생 연대 형성 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대기업(원청) 노사가 협력사의 근로 복지 증진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모델을 따온 SK이노베이션의 1%행복나눔기금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기본급의 1%를 적립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더해 협력사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약 220억 원의 기금을 모아 협력사 구성원 4만 1000명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에서 만든 제도를 지원 사업으로 만드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SK이노베이션을 넘어 대기업과 원·하청기업의 상생 연대가 산업계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의 동반성장 제도는 198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한솥밥 문화’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노사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며 “노사가 화합하고 복리후생에 힘쓸 때 기업의 이윤도 극대화된다”고 상생 경영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문화는 협력사와의 관계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5년 11월 협력사 대표들에게 ‘행복 동반자 경영’을 선언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 협력사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우수 인재 채용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온·오프라인 채용 박람회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6000여 명이 협력사에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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