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주일 만에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엔화 값은 다시 약세를 나타냈고 아시아 증시는 반등했다.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를 대출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 청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당분간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7일 홋카이도에서 열린 강연에서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 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며 “금융자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다 부총재의 비둘기파 발언은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0.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촉발된 시장 불안을 진정시켰다.
이날 2.7% 하락 출발했던 닛케이225지수는 발언 직후 3.3%까지 급등했다가 전장보다 1.19% 오른 3만 5089.62엔에 마감하며 3만 5000선을 회복했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다가 2.26% 상승 마감했다. 이 밖에 대만 자취엔지수는 3.87%, 호주 S&P/ASX200은 0.25%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리소나매니지먼트의 구로세 고이치 수석전략가는 “시장은 (증시 불안정에도)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에 대한 대책을 우선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며 “우치다 부총재의 비둘기파 발언으로 이러한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됐으며 발언의 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일본은행이 강력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141엔 후반까지 떨어졌던(엔화 가치 상승)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7엔대로 다시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며 증시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한다.
하지만 당분간 울퉁불퉁한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과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일본과 미국의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올해 말 전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본은행이 연내 금리를 0.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6일(현지 시간)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금리 인상 전망을 변경하지 않았으며 일본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와증권의 기노우치 에이지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심한 주가 변동이 있었을 경우 시세가 안정될 때까지는 3개월 정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도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한 금액은 순자산 기준 140억 달러(약 19조 원)다. 이 중 지난주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청산했지만 여전히 60억 달러(약 8조 2000억 원)가 남아 있다. 시장은 정확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미국 경기 침체 전망 역시 글로벌 증시에 변수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반등을 넘어 추세 반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트리거가 필요한 만큼 22일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과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 주요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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