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증시 대폭락 사태를 계기로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책 결정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다. 사실상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금투세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폐지나 유예 모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여당은 공개 토론까지 제안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향해 “연임이 확정적인 이재명 전 대표가 나오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과 공개 토론하겠다”며 금투세 폐지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 응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민주당이 한 대표의 토론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한 대표는 “토론을 안 하겠다고 도망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토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책적 자신감이 없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원래 1인 정당 아닌가. 그런데 왜 이 이슈에선 갈팡질팡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여당의 잇따른 도발에도 입법권을 틀어쥔 민주당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전 대표는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 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며 금투세 완화에 군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진 의장은 이날 여야 첫 정책위의장 회동에서도 “부분 보완을 하더라도 (금투세) 시행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진 의장의 블로그에는 이틀간 2300개가 넘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당내 의견이 엇갈리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고 진 의장은 18일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답했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일부 보완 후 시행’에 무게가 실렸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전 대표가 전대 이후 1400만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해 금투세 전격 유예 등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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