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조 원 이상을 육박하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하루 만에 1조 원 넘게 줄었다. 지난 5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추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여파다. 지난 7일 신용거래 융자 금액은 17조 원대로 쪼그라들었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도 2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 7191억 원을 기록했다. 6일 19조 554억 원에서 하루 새 무려 1조 3363억 원이나 급감한 것이다. 역대 최대 낙폭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매수(신용거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액 규모가 커질수록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3월 19조 원을 넘어선 뒤 줄곧 19~20조 원대를 기록해왔다.
빚투 금액이 급감한 것은 지난 5일 국내외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6일에 이어 7일 연이틀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날은 0.45%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상당수 국내 증권사들은 폭락 이후 급하게 하반기 증시 전망을 보수적으로 변경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코스피의 하반기 예상 범위를 기존 2650~3150에서 2400~2950으로 낮췄고 연내 최대 3200까지 오를 것으로 봤던 대신증권도 그 범주를 2300~2900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지수 범위를 2500~3100으로 예상했던 NH투자증권은 코스피가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2600~28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폭락 여파로 단기 외상 거래가 청산되는 사례도 급증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6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 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4.6%로 집계됐다. 반대매매 금액과 비중 모두 공매도 금지 직전인 지난해 11월 3일 이후 최대치다. 반대매매는 6일에 이어 7일에도 214억 원을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증시가 급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올 들어 줄곧 100억 원 이하 수준에 머물러왔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만기를 보통 3개월 안팎으로 설정하는 신용융자 거래와는 구분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값으로, 투자자가 이 외상값(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하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반대매매가 급증할 경우 증시가 또 다시 하락세를 이어갈 우려가 높아진다.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되면서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증시는 약보합을 보이면서 추가 하락이 반대매매 규모를 키우는 부담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 폭락이 나타나면 반대매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증시의 변동성이 여전히 극심한 상황에서 지수 하락 요인인 반대매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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