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신규 데이터센터의 6% 정도만 전력을 제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전력망이 첨단산업단지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8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전력수요의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수도권은 필요 전력의 72%만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끌어와야 한다. 현재 대전과 영남·호남 등은 지역 수요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대규모 송배전망이 필수다. 하지만 송배전망은 지역 주민의 수용성과 비용 문제로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미래 먹거리인 AI를 떠받칠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29년에는 수도권 비중이 8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대로라면 데이터센터에 제대로 전력조차 공급하지 못할 상황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 601곳 중 40곳만 전력 적시 공급이 가능하다”며 “수도권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수도권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송배전망 구축은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원활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약 6.6%만 제때 공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을 위한 송배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AI 같은 첨단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인데 전력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송배전망 건설에 걸리는 기간을 생각하면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 일대로 분산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기간 내 대규모 송배전망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데이터센터를 지방에도 유치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도 지난해 3월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 일대에 분산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규제 특례와 보조금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가 담겼다. 삼성물산이 전남 해남군에 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전반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의 어려움과 생활 시설 부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꺼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의 데이터센터 분산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일랜드는 수도 더블린 일대 데이터센터의 과밀화로 전력수급 우려가 발생하자 드로이다 같은 북부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것을 유도했다. 글로벌 유통 기업 아마존의 데이터센터가 현재 드로이다에 자리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지역 데이터센터 활성화는 근무하는 직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가능하다”며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강원도 춘천·강릉 등에 우선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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