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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캐즘…배터리 소부장 “버텨야 산다”

하반기도 암울…비상경영 돌입

캐파 하향·투자 축소 등 보수적 기조 불가피

장비 업계는 납기 지연 리스크 휘말려

“비용절감·후속개발로 미래 대응해야”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꺾이는 가운데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영 상황이 상반기에 가장 나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지만 하반기도 업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에 서두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066970)는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왜관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제품 재배치, 생산 라인 조정 등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가 처음으로 양극재를 제조한 이 공장은 연간 5000톤의 소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설비로 구형 제품을 주로 제조해온 탓에 활용도가 낮아졌다. 왜관공장이 거의 운영되지 않는 등 엘앤에프의 전체 가동률은 지난해 하반기 80%대에서 현재 60%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 같은 행보는 양극재 업체들의 보수적 기조 전환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앤에프는 올 1분기 2038억 원, 2분기 84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하반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이어 적자 지속할 전망이며 흑자 전환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2개 분기 지연된 2025년 1분기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양극재 업계는 당초 전망했던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2분기 39억 원으로 간신히 흑자를 기록한 에코프로비엠(247540) 측은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양극재 캐파(생산능력) 하향과 투자 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LG화학(051910)은 2026년 양극재 연간 생산 목표를 기존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2026년 예상 출하량은 22만7000톤”이라며 “이는 기존에 제시된 해당 연도 캐파 목표치인 55만톤에 비해 크게 적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장비 업체들은 고객사 프로젝트 지연 리스크에 휘말렸다. 에이프로(262260)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공장에 납품하는 일정 종료일을 기존 7월 말에서 올해 12월 말로 미뤘다. 총 370억 원 규모의 계약 건으로 미국 미시간주 얼티엄셀즈 3공장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디이엔티(079810) 또한 캐나다 넥스트스타에너지 공장에 공급하는 2차전지 제조 설비 계약기간 종료일을 7월 4일에서 내년 1월 24일로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기대했던 신규 수주가 내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심지어 내년에는 일감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해상운임 급등으로 배터리 부품사가 겪는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수출 비중이 높은 배터리 협력사들이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갈등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실제로 유럽 수출 물량이 많은 분리막 제조 기업 더블유씨피(393890)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1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8억 원으로 89% 급감했다. 이는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이 부족해 항공을 이용한 탓에 물류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에 주력해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 전기차 캐즘 이후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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