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그동안 기술주 중심의 테마형 상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해온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관련 순자산이 급증하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했지만 최근 일주일 새 주식형 순자산만 5조 원 가까이 급감할 정도로 변동성 확대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우후죽순 상장하는 과당 경쟁에서 벗어나 자산배분형·대표지수형 등 분야의 상품군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9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7일 기준 ETF 전체 순자산은 151조 9000억 원으로 최근 일주일 새 4조 8479억 원 감소했다. 단기 자금(716억 원) 및 채권형(1243억 원), 원자재(144억 원) 순자산이 소폭 증가한 반면 주식형 ETF에서만 4조 9812억 원이 줄었다. 시장 급등락 과정 속에서 5조 원 가까운 주식형 ETF 순자산이 증발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어온 AI 열풍에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와 전력 기기 등 기술주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당 섹터의 낙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대다수 운용사가 특정 테마와 섹터 중심의 신상품을 세분화해서 우후죽순으로 출시한 쏠림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7일까지 신규 상장된 ETF 92개 중 67%인 62개가 주식형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58%에서 더 확대된 규모다. 같은 기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신규 ETF 비중도 50%에서 52%로 소폭 증가했다. 즉 해외 주식형 ETF 출시가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는 의미다. 예컨대 국내외 반도체에 투자하는 ETF 41개 중 절반가량인 20개가 최근 1년 내 상장된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주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시장 대응 및 신상품 출시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그동안 특정 섹터와 테마에 집중해 신상품을 내왔지만 기술주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인 만큼 전략 변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자산배분형·대표지수형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리츠 등 금리 인하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