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가 채권단과 첫 협의회를 앞두고 있지만 자구안 제출과 채권단협의체 대표 선임이 모두 지연되면서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에 적신호가 켜졌다. 법원이 ㈜한국문화진흥 등에 채권단 대표 자리를 제안했으나 이들 모두 수십만에 달하는 채권자를 대표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업 타격을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티몬·위메프 자구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자구안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한 티몬·위메프는 협의회 개최 하루 전인 12일로 제출 일정을 미뤘다. 양 사는 소액 채권자를 우선 변제해 채권자 수를 줄이는 방안과 외부 투자자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자구안을 작성 중이다. 실효성이 있을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ARS 프로그램은 외부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됐거나 채권자가 소수인 경우 자율 협상으로 회생절차에서 졸업하는 제도다. 따라서 수십만에 이르는 채권자를 보유하고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티몬·위메프에 적합한 제도는 아니다. 소액 채권자를 먼저 변제하는 안을 내더라도 채권단 내 반발도 우려된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자구안 제출 시점과 내용에 대한 서울경제신문의 질문에 “다음 주초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만 법원과 채권단의 승인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구안 내용은 공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채권단협의체 내 대표 선임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법원은 효율적인 협상을 위해 채권단협의체를 꾸리고 대표 채권자를 지정한다. 대표 채권자에는 통상 최대 채권자 혹은 국책기관이 선임된다.
법원은 티몬·위메프 모두 ARS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공통된 주요 채권자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는 컬처랜드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문화진흥과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숙박 플랫폼 온다(ONDA) 등 10개사 이하가 속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 사가 별도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기 때문에 채권단협의체는 각각 꾸려진다.
법원은 채권단협의체 구성 이후 ㈜한국문화진흥을 대표로 지정했으나 ㈜한국문화진흥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의 최대 금융 채권자로 알려진 시몬느자산운용도 대표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원 측에 전달했다. 시몬느자산운용은 명품 핸드백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의 자회사로 2017년 티몬에 전환사채(CB) 500억 원을 투자했으나 티몬 기업공개(IPO) 지연으로 현재까지 채권을 보유 중이다.
채권단협의체 내부의 한 관계자는 “수십만에 달하는 채권자 의견을 모두 종합해야 하는데 구조조정 업무를 맡을 내부 인력이 없고 단기간 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부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티몬·위메프의 채권자 수는 총 11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표 채권자를 맡을 경우 재무 상태가 부실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협의체에 속한 기업 모두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지만 ‘티메프’ 사태에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돼 있어 고객 및 거래처와의 신용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2월 ARS 프로그램으로 정상화에 성공한 배달 대행 업체 ‘부릉’의 운영 기업 메쉬코리아와 달리 티몬·위메프가 참여한 ARS 프로그램은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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