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업 부문이 골고루 성장하며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을 올린 네이버가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AI 거품론’을 정면 돌파한다. 검색·커머스·광고 등 주력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검색 시장과 e커머스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해외 플랫폼의 공세에 맞서 AI를 통해 네이버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뻔했던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지분 축소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네이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9일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가 단순히 기술 혁신으로 그치지 않고 자사 전반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도 함께 확대되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를 접목한 대부분의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AI로 고도화된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의 경우 일부 상품에서 전환율(광고 클릭 후 구매까지 이어진 비율)이 전 분기 대비 23%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PC 서비스로 제공하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를 연내에 모바일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 “AI가 적용된 검색이나 피드의 만족도가 놀랍도록 상승해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AI 기반의 B2C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실험하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개발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인 ‘수익 창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네이버클라우드는 4월부터 인텔 AI 칩 ‘가우디’를 활용해 가속기를 최적화하는 협업을 해오고 있다. 최 대표는 “인텔과의 협력은 이전에 공유한 협력의 청사진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양 사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AI 칩 검증 작업 관련 프로젝트성 매출이 2분기에 처음으로 발생했다”면서 “관련 추가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양 사가 인텔의 차세대 AI 반도체 ‘가우디3’ 관련 협력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라인야후 사태’로 뜻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했던 네이버는 당분간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보안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였다는 것이 더 명확해졌다”면서 “현재로서는 최대주주 지위를 변동하거나 라인 (경영 관련) 컨트롤을 현재 수준에서 축소하는 방안과 관련한 전략적인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야후와) 사업 협력을 계속해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경영진이 더 고민할 것”이라며 “더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 입장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만큼 네이버의 해외 사업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라인야후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이에 A홀딩스의 라인야후 지분은 1~2% 정도 줄어들 예정이다.
네이버는 2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어난 472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액은 8.4% 늘어난 2조 6105억 원이다. 서치 플랫폼과 커머스·핀테크·클라우드 등 대부분의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사업 부문별 매출은 서치 플랫폼 9784억 원, 커머스 7190억 원, 핀테크 3685억 원, 콘텐츠 4200억 원, 클라우드 1246억 원이다.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네이버웹툰도 기업공개(IPO) 이후 첫 실적을 발표했다. 네이버웹툰은 2분기에 4400억 원(3억 2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050억 원(766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각종 비용 반영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나 유료 콘텐츠와 광고, 지식재산(IP) 확장 등을 통해 성장세가 나타난 만큼 AI를 접목해 이용자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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