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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제로게임'에 10억 추천서 쓰는 전남 의대 공모…"생명권 놓고 뭐하는 짓이냐" 땡볕호소

전남도 동부청사 앞 살인더위 속 거리로

"누구를 위한 공청회 인가" 원망·울분만

'공모' 조그마한 불씨조차 꺼버린 순천대

용역 결과는 이미 '목포대' …"의미 없다"

지난 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순천 시민들이 전남도의 국립의대 공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경제는 어렵고 폭염으로 일상도 마비된 상황에 누가 이들을 땡볕 속 거리로 내몰았을까.


연일 지속되는 폭염 속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지난 9일 전남도 동부청사 앞에는 300여 명의 인파로 북적거렸다. 연신 땀을 닦는 이들은 순천시민이자 전남도민들이다. 이들은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건강권 확보’는 자신들 뿐만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전남권 국립의대(전남권 의대) 순천(순천대) 유치를 위한 절실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간절한 마음 속에 전남도를 향한 원망과 울분의 목소리는 더욱 강하게 울려 퍼졌다.

지난 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순천 시민들이 전남도의 국립의대 공모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전남도 동부청사에서는 전남권 의대 설립을 위한 3차 도민 공청회가 열리며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공청회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예상대로 공모에 불참을 선언했던 순천대(순천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주(중부권)와 목포(서부권)에 이어 3회 째로 열린 순천(동부권)에서의 도민 공청회는 그간 전남도 공모 방식에 반대해 온 순천 등 동부권 지자체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성토의 장으로 변모 됐다.

순천대는 전남도 의대 공모에 불참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7일 용역사의 인터뷰(사전의견수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까지 냈다. 공모에 대한 조그마한 불씨조차 꺼버린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여진다.

이처럼 알맹이가 빠진 공청회가 진행되기 앞서 전남 동부권 의대유치도민연대준비위원회, 순천과 여수·광양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 회원 300여 명은 공청회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남도의 일방적인 의대 공모를 철회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남도는 의미 없는 공청회를 중단하라”며 “순천대가 국립의대 선정 공모에 불참하면서 목포대가 전남도의 추천 대학으로 포함될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저격했다.

지난 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전남동부청사에서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어수선한 상태에서 시작된 이번 동부권 공청회. 전남도는 명분을 쌓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전남권 의대 공모에 소요되는 비용)을 낭비하며 공모를 진행하는 의심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청회를 주최한 공모 용역 기관 에이티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 컨소시엄은 공모 절차와 기본 계획, 설립 방식, 미추천 지역 지원 대책 등을 주민들에게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순천대의 공모 불참에 대해서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을 평가할 방법은 없다. 의대는 특정 지역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며 “공모 참여 대학 만을 평가해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애초부터 공모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순천대를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이 발언에서도 나타나 듯 결국 전남도는 결국 목포대를 위한 추천서에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꼴이 됐다. 이미 전남권 의대를 위한 공모는 파국·파멸 됐기 때문이다. 파국·파멸이 극단적인 단어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순천대가 공모에 참여할 가능성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자면 ‘절대 불가’다.

이 의지(공모 참여 절대 불가)는 지난 5일 순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 후 첫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원 특위’에서도 나왔다. 이날 함께 참석한 국립순천대 의과대학설립추진단 박병희 단장의 의지는 더욱 확고했다. “공모에 참여하라는 것은 사표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설득하고 압박하더라도 전남권 의대 공모에 순천대 참여는 없다. 이에 용역 기관에서 진행하는 ‘전남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신설 정부 추천 용역’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진다.


공청회 등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용역 기관에서는 이제 10억 원의 예산으로 목포대를 위한 추천서를 어떻게 포장 해야할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애초부터 전남권 의대 공모라는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무리하게 밀어부친 전남도의 행정력에 각종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연히 순천 등 동부권에서는 전남도를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남도 행정불신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순천 등 동부권 일대에서는 그 내막(전남도 공모 강행)에 대한 흉흉한 뒷말도 무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전남 순천시 홈플러스 사거리에서 왕조1동 직능단체 200여명이 행정불신에 따른 전남도 의대 공모 철회를 요구하는 거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왕조1동 직능단체협의회


결론은 이미 나왔다. 용역 기관에서 목포대를 위한 추천서는 전남도에 전달 될 것이고, 순천대에서는 독자적으로 전남권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다. 참고로 법적권한은 대학에 있다. 전남도는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이 두 가지 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나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 인가도 관심이다.

이런 저런 논리를 떠나 전남도가 공모에 참여하라는 명분도 이치에 맞지 않다. 전남도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으로 할지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부분만 들여다 보면 전남도 논리가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전남도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역 내 의견 수렴’이다. 서울경제에서는 전남도와 순천 등 동부권과 갈등이 불거지기 전부터 현재까지도 확인한 부분이지만, 전남도는 순천대와 순천 등 동부권 의견을 철저히 외면했다. 일방적 소통에 불통이다. 이처럼 확률 '제로게임’에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전남도. 지난 2021년 사실상 목포대를 염두한 2억 7000만 원 용역문서처럼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남권 의대 신설. 34년 숙원이다. 그만큼 절실하고 간절하다. 하지만 전남도는 너무나 안일했다. ‘날 따르라’하면 건강권·생명권이 걸린 문제를 그리 쉽사리 결정할 것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져 버린 듯하다. 이 시점에서 공모를 강행해 한 지역이 선택된다 하더라도 누가 수긍하고 인정하겠는가. 공모 탈락한 지역에 충분한 보상을 주면 될 것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전남도. 참모진 재정비가 절실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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