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 임원들이 늘고 있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해석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정용준 삼성전자(005930) 부사장(파운드리품질팀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보통주 1000주를 총 8110만 원에 장내 매수했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의 비등기임원 박진규 담당도 지난달 29일 자사주 151주를 19만 1466원에 사들였다. 올들어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8만 7800원에 정점을 찍은 뒤 이달 5일 7만 1400원으로 추락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24만 1000원까지 올라선 뒤 이달 5일 15만 6100원까지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호재로 읽힌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곤두박질쳤음에도 증권가에선 “실적과 주주 환원 등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조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주가 급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에서 ‘매수’로 올리며 “주가가 급락하며 주가 오버슈팅,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의 피크아웃 우려, HBM 경쟁 가중 등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다른 기업에서도 임원의 입질이 많다. 한화생명(088350)의 경우 최재덕 상무가 지난 7일 보통주 2000주를 2730원에, 3700주를 2770원에 사들였다. 같은날 박정식 상무와 신충호 전무도 각각 보통주 2200주를 2795원에, 6429주를 28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을 타고 3690원까지 오른 바 있다.
이승준 삼성SDI(006400) 상무도 지난 2일 자사주 960만원어치를 장내 매수했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배터리 기업의 성장 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SNE리서치의 지난달 조사 결과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팬오션(02867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삼성화재(000810), CJ대한통운(000120) 등에서도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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