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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노후 산단, 10년간 3조 들여 '첨단산업 캠퍼스'로

■60돌 산단공의 변화

구로공단 시절 굴뚝 이미지 탈피

경공업서 중공업·서비스업 확대

국내 생산 60%·수출 65% 맡아

폐공장 리모델링·인근 환경 개선

청년 친화형 IT 융복합 공간으로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의류업체 아이디모드의 공장에서 미싱을 대체한 무인 디지털 편직기가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의 니트 제품을 자동으로 생산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에 자리 잡은 의류업체 아이디모드. 400평(1322㎡) 규모의 생산 공간으로 들어서자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미싱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디지털 편직기 45대가 쉴 새 없이 니트를 뽑아내고 있었다.심지어 이들 편직기는 같은 형태의 니트가 아닌 서로 다른 사이즈나 다른 디자인의 니트들을 마치 3차원(3D) 프린터에서 뽑아내듯이 프로그램에 맞춰 제조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니트 일일 생산량은 300~400장. 하지만 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여공과 미싱으로 대표 되던 ‘한국수출산업단지공단’(일명 구로 공단)이 첨단 기기로 가득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 한 것처럼 전국의 산업단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60년 간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산업단지가 이제 사람과 문화가 융합된 공간으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60주년을 맞아 미래 산업단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산업 고도화와 생산성 중심의 산업단지를 일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단지는 산업정책을 뒷받침하며 성장에 방점을 뒀다. 산단공 관계자는 “1994년 9월 14일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 제정에 따라 1967년부터 조성된 구로 공단의 성공을 바탕으로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며 “이후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포항(철강), 여천(석유화학), 창원(기계), 거제(조선), 구미(전산), 온산(비철금속) 등 산업구조 고도화에 맞춰 산업단지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생산의 60.6%, 수출 65.5%, 고용 47.9%(2022년 기준)를 차지하며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60년 간 성장을 위해 달려온 산업단지는 노후화와 함께 이른바 ‘공돌이·공순이’라는 과거 공단 이미지로 인해 젊은 청년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됐다. 도시지역 내 첨단산업과 벤처 기업 육성을 위해 1990년대 부터 아파트형공장 제도(지식산업센터)를 도입하고 산업단지 입주허용 업종도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 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청년들의 인식을 돌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산단공은 ‘산업캠퍼스’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생산성에 매몰된 산업단지 이미지를 청년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문화를 즐기는 대학 캠퍼스와 같은 공간으로 전환 시킨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휴폐업공장을 리모델링 하거나 공단 내 거리를 걷고 싶은 곳으로 바꾸는 사업을 통해 낙후된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칙칙했던 이미지의 공장에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함께 벽화는 물론 각종 조명을 더한 ‘아이라이팅’ 프로젝트 등을 통해 빛의 거리를 만드는 등 이른바 ‘산리단길’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산단공도 앞으로 10년간 총사업비 3조 원 규모를 조성해 혁신 기능을 집적화한 혁신지원센터나 청년 친화형 문화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청년문화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산업단지 입지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제고는 물론 기업과 청년이 모이는 경제의 중심축이 되도록 산업단지에 문화를 융합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제는 ‘한강의 기적’에서 ‘산업캠퍼스’로 도약하는 산업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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