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 세제 개편’과 관련해 1000만 원을 투자한 소액주주의 감세 혜택이 1만 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주주의 경우 세금 감면 규모가 커져 ‘오너 경영인’의 배당 증대 유인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투자 업계의 세무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 A 씨가 배당수익률 5%를 지급하는 기업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세금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 해당 기업이 올해 배당을 직전 3년 평균 대비 10% 늘렸다는 전제에서 A 씨가 밸류업 세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세금 인하 효과는 5500원에 그쳤다. 밸류업 세제에 따르면 배당수익 50만 원의 20%(배당 증가율 10%+10%)만큼인 10만 원이 분리 과세 소득 대상이다. 여기서 배당소득세율(15.4%)에서 분리 과세 세율(9.9%)을 뺀 5.5%만큼인 5500원이 실질적인 세금 인하 효과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주주 환원을 확대한 상장사의 주주에게는 배당소득 분리 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도 현금 배당액에 직전 3년 평균 대비 올해 배당액 증가율과 10%를 더한 비율을 곱한 액수를 9.9%(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배당소득세율(15.4%)보다 낮은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세제 개편과 관련해 소액주주보다 대주주가 더 큰 혜택을 볼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49.5%의 세율 대신 27.5%의 분리 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의 세금 인하 효과는 5.5%에 불과한 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이보다 네 배가량 큰 22%에 달하는 셈이다.
A 씨가 매수한 종목에 B 씨가 1억 원을 투자한 경우 세금 인하 효과는 더 컸다. B 씨는 다른 소득까지 합쳤을 때 총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이며 세금 감면액은 22만 원으로 나타났다. 투자액은 A 씨에 비해 10배 많은데 세금 인하 효과는 40배 높은 셈이다.
해당 분석을 담당한 세무 전문가는 “소액주주는 아무래도 투자 금액 자체가 적으니 절대 규모 측면에서는 밸류업 세제의 체감도가 크지 않다”며 “반면 대주주가 극단적으로 배당 증가율을 끌어올리면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8.77% 급락한 ‘블랙 먼데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전면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세제의 설계 방식이 역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액주주보다 대주주가 세금 감면 혜택을 더 받기 때문이다. 다만 대주주 측에 보다 직접적인 세금 감면 유인을 제공해야 밸류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또 밸류업 세제는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고 배당을 늘린 일부 기업에만 적용되는 만큼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 밸류업 측면에서는 더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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