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과도한 규제 탓에 민간 기부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계에선 기업 공익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상속·증여세법상 면세한도 상향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공시대상 기업집단 88개 그룹 소속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과제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공익재단의 절반이 넘는 61.6%는 상속·증여세법,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기부금을 기반으로 한 기업 공익재단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익재단이 우회적 기업 지배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1991년 상속·증여세법에 주식 면세한도가 도입됐고, 2020년에는 공정거래법에 기업 공익재단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조항이 생겼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규제가 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기부 유인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공익재단들은 민간 기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상속·증여세법상 주식 면세 한도(3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거래 의결·공시(22.9%),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18.8%) 등의 순이었다.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 기업 공익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 관련 질문에 응답 재단의 절반 이상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 순위는 2013년 45위에서 2023년 79위로 지난 10년간 하락세다. 국내 기업 공익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낮은 이유로는 가장 많은 53.7%가 '상속·증여세 면세한도가 낮고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엄격하고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기부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9.0%로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는 기업 공익재단 출연 주식에 면세한도가 없고 미국은 면세한도가 20%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면세한도를 5%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응답 재단의 83%는 규제 개선 방향에 대해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5%인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완화 수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장법인 의결권 행사 예외적 15% 허용)과 정합성을 위해 15%로 상향하자는 의견이 28.2%로 가장 많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에 비해 공익재단 주식출연에 소극적이고, 사회공헌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면이 크다"며 "상속·증여세법상 면세한도를 완화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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