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붙인 정치 폭력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합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에서 종부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종부세는 조세 형평성과 보편성의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부동산 자산의 대표 주자가 상가 건물인데 여기에는 종부세를 매기지 않는다”며 “사실상 이름을 아파트세로 바꿔야 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가 가파르게 인상되니 소득이 없이 집만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파는 일이 벌어졌다”며 “사실상 재산 몰수 제도”라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상속세에 대해서도 ‘불행세’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각종 소득에 대한 세금 징수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으니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했다.
강 전 장관은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서도 “질투의 경제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책에도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의 실증 연구를 토대로 “1달러의 감세가 3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다”고 적었다. 한국 역시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세입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발 경기침체론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 재정은 튼튼했지만 외환보유액이 부족했다”며 “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재정과 외환보유액 모두 건전해 과감한 정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 때는 현찰이 최고’라고 했다”며 “그래서 당시 외환보유액은 최대한 아끼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환율 정책이 위기극복에 주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환율 덕에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구조다. 다만 고환율에 물가가 오르고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정치권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야전군 사령관은 야전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서 “병원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 전쟁을 해낼 수가 없다. 당시엔 신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는 정말로 죄송하다. 이제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시 강 전 장관을 중심으로 경제 관료들이 합심해 대처했다”며 “공직자 임금도 2년 동안 동결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임원들도 월급을 반납하고 신입 사원 임금을 줄이는 등 파격적인 조치들을 취했다”며 “위기 속에서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이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콘서트에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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