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가전 업계 최초로 디지털 가전 사용 설명서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일상적인 언어로 검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설명서를 사용한 고객 데이터를 AI로 종합하고 분석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가전 디지털 매뉴얼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주는 온라인 사용 설명서를 만든 것이다.
매뉴얼에는 LG전자가 챗GPT와 시멘틱 서치를 결합해 자체 개발한 AI 자연어 처리 검색 기술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를 구매한 고객이 제품에서 나타난 고장 상황을 문장으로 기입하면 의도를 파악해 가장 유사한 내용을 띄워준다. 사소한 오타도 자체적으로 바로잡아 인식한다. 종이 설명서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짧은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비주얼 콘텐츠도 활용했다.
디지털 매뉴얼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생성형 AI가 사용됐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해 국내 판매하는 가전 전 모델의 종이 사용 설명서를 디지털화했다. 이 과정에서 AI가 종이 설명서의 내용을 학습해 고객이 할법한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까지 요약해 콘텐츠를 구성했다.
디지털 설명서를 사용한 고객이 남긴 흔적을 통합하는 ‘대시보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종이 설명서의 경우 소비자가 어느 부분을 찾아보는지 알 수 없었다면 디지털 매뉴얼의 경우 검색 기록이 남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나 제품에 대해 겪는 애로사항 등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현재까지 LG전자가 수집한 디지털 매뉴얼 데이터는 4900만 건에 달한다. LG전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신규 제품이나 업데이트 기능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가전 디지털 매뉴얼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건 LG전자가 추진하는 디지털 트렌드포메이션(DX) 경영의 일환이다. AI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찾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방식이다. 사용 설명서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기존 40~60쪽에 달했던 종이 설명서의 양도 10쪽(퀵 가이드)까지 줄였다. 연간 저감되는 종이 무게만 808톤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사용 설명서를 ‘계속 사용하고 싶은 제품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생성형 AI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매뉴얼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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