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장비를 이르면 연말부터 반입합니다. 차세대 노광장비 외에도 하이-NA용 마스크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텔·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라이벌들과의 '칩 워'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입니다.
13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 연말~내년 1분기 사이에 회사의 첫 하이-NA EUV 장비인 'EXE:5000' 반입을 시작합니다. 첫 하이-NA가 놓일 장소로는 화성캠퍼스에 있는 반도체연구소(NRD)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의 1호 High-NA EUV 장비는 파운드리용 기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ASML이 만드는 하이-NA EUV 장비의 첫 번째 고객은 미국의 인텔입니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대만 TSMC에 이어서 이 장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ASML은 EXE:5000을 8대 만드는데요. 인텔이 첫 장비 뿐만 아니라 여러 대를 싹쓸이하다시피 가져갔죠. 그래서 삼성은 마지막 8번째 양산 장비를 구매한 고객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High-NA EUV를 도입하기 위해 차기 버전인 EXE:5200을 처음 회사 안에 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High-NA EUV 장비는 대당 5000억 원을 호가합니다. 그리고 덩치가 엄청나게 큽니다. 그런데도 13.5㎚ 파장을 다루는 장비인 만큼 예민하고 까다롭죠. 올 연말에 반입을 시작하더라도, 장비를 어루고 달래면서 완벽하게 설치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장비에 웨이퍼를 투입할 때가 되면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하이-NA EUV 장비 설치를 마치면서 본격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구축 작업에 관한 힌트를 12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2024 리소그래피+패터닝 학술대회'에서 얻었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포토마스크를 개발하는 민철기 박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민 박사는 이 발표에서 하이-NA EUV용 마스크 검사장비(APMI)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민 박사는 "하이-NA EUV를 활용해서 반도체 마스크를 검사했더니 명암비가 기존 EUV로 할때보다 3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부터 이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마스크와 검사장비부터 아주 간략히 설명드리면요. 마스크는 ASML의 노광기 안에 들어가는 소재입니다. EUV 빛이 웨이퍼에 새길 회로를 머금으려면 마스크를 ‘탕’ 터치하고 지나가야 합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해주세요.
노광장비에 들어가는 마스크는 마스크샵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빤빤한 블랭크마스크에 웨이퍼 위에 찍어낼 회로를 새기죠. 그런데 EUV용 마스크의 몸값은 꽤 비쌉니다. 포토마스크는 가로세로 6인치(약 15㎝)의 정사각형 모양이지만 가격은 개 당 1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쌉니다. 이렇게 ‘억'소리 나는 마스크를 중간중간 검사를 해가면서 한번에 제대로 만들어야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겠죠. 노광기 안에서도 회로가 잘 새겨져야지만 웨이퍼 불량을 최소화할 수 있고요. 그래서 마스크를 검사하는 장비의 성능은 노광 공정을 통틀어서 봐도 매우 굉장히 중요합니다.
민 박사는 'APMI'라고도 불리는 이 장비를 High-NA EUV용으로 레이저텍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APMI(Actinic Patterned Mask Inspection). 한마디로 13.5㎚ 파장의 EUV 광원을 이용해서 마스크를 검사하는 장비입니다. ASML에 약간 가려서 그렇지 레이저텍도 엄청난 EUV 기술을 보유한 장비 회사입니다. 이미 Low-NA EUV용 마스크 검사 장비를 통해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고요. ASML만큼이나마 생산 대수가 적어서 삼성전자·TSMC·인텔의 애를 태우는 회사입니다. EUV 광원을 직접 만들면서도 장비를 미세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거겠죠.
삼성전자는 레이저텍의 High-NA EUV 마스크 검사장비인 '액티스(ACTIS) A300'을 한 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삼성전자 내에서 ASML의 EXE:5000을 설치완료한 시기인 상반기 이후에 본격적인 반입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민 박사는 High-NA용 마스크를 소개하면서 레이저텍만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마스크 설계를 위해 자동화설계툴(EDA) 회사와도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High-NA EUV에서는 웨이퍼에 회로가 더 선명하게 찍히기 위해 마스크 회로를 직선이 아닌 곡선(Curvilinear)으로 그리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는데요. 민 박사는 이 작업을 세계적인 반도체 EDA 툴 회사 시높시스와 협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ASML·레이저텍·시높시스 외에도 말이죠. 삼성은 JSR 등 포토레지스트 회사, 포토레지스트를 웨이퍼 위에 도포하는 트랙 장비 '넘버원' 도쿄일렉트론 등 다양한 회사들과 High-NA 시대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생태계 구축 작업으로 2027년 하이-NA 본격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약 2년 사이 언론과 증권 업계에서는 2.5D 패키징·HBM 이슈가 주목받고 있죠. 2019년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던 EUV는 이제 한 단계 더 발전해서 High-NA 시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완성된 D램이나 시스템 반도체를 어떻게 패키징하고 쌓느냐도 중요한 문제지만, 전공정에서 얼마나 더 미세한 회로를 완성도 높게 만드는지 역시 상당히 중요한 근본 이슈입니다. EUV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면 반도체 기술의 퀀텀 점프를 더 빠르고 넓고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igh-NA 기술에 관한 내용은 앞으로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를 통해 더 자주 다뤄보겠습니다. 무더위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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