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007310)가 이달 말부터 가정간편식(HMR)과 소스류 가격을 일제히 올린다. 수입산 원재료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분 카레·짜장과 순후추·참기름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유명 제품들도 인상 품목에 해당된다.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다른 가공식품 제조사와 외식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HMR과 케첩 등 24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서는 케첩·스파게티소스·후추·참기름·볶음참깨 가격이 30일부터 오른다. 인상률은 규격에 따라 다르지만 케첩이 7%로 가장 낮고 후추가 15%로 최고 수준이다. 편의점에서도 다음 달 1일 간편식·케첩·스파게티소스·후추 가격이 높아진다. 인상률은 달라질 수 있지만 품목별로 10%에서 15% 정도다.
오뚜기는 원재료 가격 부담 증가를 이번 인상의 이유로 꼽는다. 현재 오뚜기 매출의 90%가량이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는 반면 원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완제품 값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다른 제조사보다도 높다. 오뚜기 관계자는 “원료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케첩과 파스타 소스에 사용되는 토마토 페이스트와 후추 원두의 시세가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카레와 케첩을 포함한 제품 24종의 가격을 올리려고 했다가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력하게 압박하자 반나절 만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문제는 가격 인상 흐름이 다른 가공식품과 외식업으로 번져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쟁 업체들도 뒤따라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데다 오뚜기 제품을 조리에 활용하는 식당들에도 메뉴 가격을 올릴 압박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오뚜기는 파스타용을 제외한 소스류 시장에서 지난해 소매점 기준 41%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에 올라 있다. 전통 기름류 역시 전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확보한 1위 사업자다.
최근 가공식품의 소비자가격은 연이어 오르는 추세다. 롯데웰푸드는 6월 빼빼로를 포함한 17종 제품 값을 평균 12.1% 인상했다. 동원 참기름김도 가격이 8.0% 높아졌다. 샘표가 6월 간장을 포함한 30여 개 제품의 판매가를 올리자 대상 청정원도 7월 같은 품목 30여 종을 뒤따라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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