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실업급여 지원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실업급여 지급액을 직전 직장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정부는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2019년 10월부터 이 같은 내용의 실업급여 지원책을 시행했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선의의 취지를 갖고 시작한 것이지만 실제 결론은 다소 달랐다. 한국재정학회가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로 수행한 ‘실업급여제도의 고용 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연구를 보면 실업급여 혜택 확대의 부작용이 일부 드러난다. 연구진이 입수한 2015~2023년 고용보험행정통계 데이터를 보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여를 받은 일수는 2015~2019년 사이 평균 125.5일이었다. 하지만 실업급여제도가 바뀐 직후인 2020~2023년에는 157.9일로 30일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제도 변화로 인해 실업급여 수급자가 실업 상태에 놓이는 기간이 32.644일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2019년 실업급여제도 변화가 실업급여 수급 기간, 실업급여 수급 종료 후 취업 소요 기간, 실업 기간 등을 모두 늘려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와 노동시장에의 재진입 지연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8년 6조 7000억 원에서 2022년 11조 4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연구진은 실업급여제도가 바뀌면서 수급자가 재취업할 가능성은 24.57%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재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30.3%로 2016년(33.1%)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연구진은 “구직급여 수급자의 취업 가능성과 재취업 후 월평균 보수액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업급여 혜택 강화로 재취업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취직 활동을 돕는 구직급여의 성격이 강하다. 재취업을 유인하는 대책은 별도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지원 규모와 기간만 확대하다 보니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실업급여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지난해 말 적립금은 약 7조 8000억 원이다. 그러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장기 차입금이 약 10조 3000억 원이나 돼 실적립금은 2조 5000억 원 적자다. 고용보험기금은 육아휴직급여 등 저출생 정책의 핵심 재원 중 하나여서 재정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사람에 대해 횟수별로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22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업급여는 못 타먹으면 바보”라는 식의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무송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초에 실업급여제도는 고용보험의 일종으로 취업 활동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둬 설계됐다”며 “그러나 고용보험이라는 기본 성격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다 보니 수급 기간은 길어지고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실업급여제도를 마련할 때 재취업 촉진책이 강화돼야 하고 부정 수급을 막는 보완책도 필요하다”며 “실업급여는 구직급여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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