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 해외여행 급증으로 ‘트래블 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현대·롯데 등 기업계 카드사들의 한숨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들은 환전해줄 수 있는 은행이 없다 보니 트래블 카드의 핵심 서비스인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할 수 없어 시장 성장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삼성·현대·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의 해외 결제액 성장률은 애플페이를 출시한 현대카드(126%)를 제외하면 평균 3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지주계 카드사의 해외 결제액 성장률은 평균 66%로 2배에 육박했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해외 결제액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개인 회원 신용·직불·체크카드 해외 결제(일시불) 금액은 약 8조 9096억 원으로 전년 동기(약 7조 858억 원)보다 약 26% 증가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은행 계열 카드사들은 무료 환전,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서울역 공항철도 도심공항터미널과 논현동에 10종류의 외화를 수령할 수 있는 환전 무인 자동화 공간인 ‘SOL트래블 라운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트래블 카드의 ‘원조’인 하나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개인 회원의 신용·직불·체크카드의 해외 결제(일시불) 금액이 1조 7575억 원으로 지난해(9827억 원)보다 79%나 늘었다. 덕분에 올 상반기 116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0.6%나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기업계 카드사들은 이 같은 시장 성장의 혜택을 얻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처지다. 은행 없이는 트래블 카드의 핵심 서비스인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래블 카드는 기본적으로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인데 기업계 카드사는 수신·환전 기능이 없다.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애초에 기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사용 비중이 낮다”면서도 “트래블 카드를 찾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지방은행과의 협업을 고려해봤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지방은행 계좌 개설까지 유인하는 것은 힘들어 포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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