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5일 대폭락 이후 ‘고위험·고수익’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대비 증시 급락이 과도하다고 보고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증시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이런 베팅은 일단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23일 열릴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폭에 대한 단서를 밝힐지 주시하고 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해당 기간 투자자들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를 5억 665만 달러(약 6863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나스닥100지수를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를 1억 2855만 달러(약 1741억 원)어치, 나스닥100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RS 1 ETF’를 8747만 달러(약 118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엔비디아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도 순매수 4위를 기록했다.
서학개미의 이런 ‘간 큰 베팅’은 ‘공포에 사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다행히 시장의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빅스(VIX)지수가 16일 기준 14.80까지 떨어졌다. 실제 미 증시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이달 5일의 대폭락을 대부분 만회하는 모습이다. 16일 기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일 대비 14.40%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각각 8.87%, 7.09% 올랐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소폭 하회하는 등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지면서 증시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지역 군사 긴장감 고조, 경기 침체 가능성, 앤케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등의 변수는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다. 이달 23일 잭슨홀에서 나올 파월 의장의 발언도 체크 포인트다.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인하 폭에 대한 발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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