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 당국이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다양한 비금융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 지방은행도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비금융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은 지역 특색과 은행별로 차별화한 종속 업무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강력한 지역 네트워크 등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비금융 사업에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행들이 가장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분야는 지역상사다. 홋카이도은행 등 20여 개 지방은행은 야채·술 등 특산품의 판로를 제공하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지역상사를 설립했다. 지방기업의 해외 진출도 돕고 기업 고객들의 편익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공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이타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은 아예 직접 상품을 개발하고 브랜드화를 통해 지역 특산품을 발굴하기도 한다. 미야자키은행은 아예 직접 농업에 진출했다. 이 은행은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를 공급하고 지역경제에 활기를 더해 대출 등 금융 본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방 기업의 경영 애로 중 하나인 인재 채용 시장에 진출한 은행도 있다. 히로시마·아키타 은행은 거래 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채용자 연봉의 35%를 수수료로 받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 기업 입장에서는 원활하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의 존속은 물론 부가 수입도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히로시마은행을 비롯한 다른 지방은행들은 이사·성묘 등 다양한 생활 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 고객에게 이사, 가사 대행, 집수리, 성묘, 부동산, 택시 등 다양한 생활 분야 업체 소개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연결 성공 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지방은행에 부동산 중개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중개업은 상속, 사업 승계, 기업 회생 등 은행의 본업과 관련성이 높아 지역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일본 지방은행은 상속·사업 승계 등과 관련한 고객의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켜 수수료 수입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통해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면서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먹거리를 확보하고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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