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인공지능(AI) 분야 '3대 무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AI 밸류체인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칩 분야에서 승기를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AI인프라와 AI서비스 영역까지 사업을 신속히 선점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 겸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은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SK그룹은 멤버사가 보유한 역량을 총결집하고 AI 서비스부터 AI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 변화의 기회를 빠른 속도로 잡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SK그룹은 AI에 관련해 3대 무기가 있다"며 △SK하이닉스(000660)의 HBM △SK텔레콤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SK이노베이션(096770)의 에너지 솔루션을 꼽았다.
HBM은 메모리 시장에서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를 글로벌 톱으로 성장시킨 제품이다. 올 3월부터 HBM3E 8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 SK하이닉스는 HBM과 관련, 애플∙엔비디아∙메타 등 미국의 주요 7개 빅테크 기업(매그니피센트7∙M7)과 채널을 형성하고 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M7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이 나오고 있다"며 "그 기회들을 잘 살리면서 메모리 사업을 지속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주도로 2023년 만들어진 글로벌 통신사 연합체 GTAA는 50개국 13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대규모 통신 동맹이다. AI 시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데이터 확보와 검증에 필요한 우군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자산 100조 원 규모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전력 솔루션을 담당함으로써 AI 사업을 후방 지원한다.
유 대표는 "이 세 무기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면 웬만한 기업과 국가는 다 만날 수가 있다"며 "SK그룹이 반도체 칩, 인프라, 서비스 등 벨류체인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간다면 AI 시대에 굉장히 성공하는 제3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움직임을) 조금 더 확산하면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기업과 같이 대한민국의 어벤져스를 만들어 (글로벌 AI 시장에) 같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지원해주면 이른 시일 내 AI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업 동맹과 함께 세액 공제과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핵심 연례행사로 꼽힌다. 2017년 최태원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 하기 위한 지식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SK의 주요 경영진은 물론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이 모여 담론을 나누고 있다. 이날도 SK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 경영진이 전원 참석했다. '현대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대(KAUST) 교수와 잭 카스 전 오픈AI 임원, 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도 초대돼 의견을 개진했다.
SK는 포럼 이틀 차인 20일엔 계열사별로 SKMS를 주제로 토의를 진행한다. 'SK의 경영헌법'으로도 불리는 SKMS는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도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그룹의 위기 상황마다 "SKMS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온 만큼 최근 이뤄진 사업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과정이 SKMS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마지막 날인 21일엔 최 회장이 직접 구성원들과 함께 포럼 성과를 돌아보고 AI와 SKMS 실천의 일상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