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뭐냐고요? 미국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산티알로(25)씨는 가자지구 사태의 해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잘라 말했다. 펜실베니아에서 왔다는 그는 ‘집단 학살에 대한 지원을 멈추라’는 팻말을 높이 들고 있었다. 그는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한가. 미국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중동의 위기를 부추긴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되는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관식 준비로 들썩였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유니온파크에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성토하는 수많은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니다’ ‘민주당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후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어린이들을 죽이고 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행사를 주최한 ‘DNC 행진(March on the DNC)’은 미국 전역에서 약 1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이스라엘에 더 이상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젊은 여성 활동가는 “나는 미네소타에서 왔다. 내 고향에서 만들어지는 폭탄이 가자지구 학교를 폭파해 수백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서 “교사들, 건설 노동자들의 세금과 연금이 폭탄으로 만들어지고, 이는 다시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복잡한 심경을 보이기도 했다. 예니(32)씨는 “적어도 그녀가 조시 셔피로를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평가할만 하다”면서도 “과연 그녀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스라엘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을 지 쉽게 믿기 어렵다. 민주당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대인인 셔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의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였지만, 그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지속돼 왔고 결국 해리스 부통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몰린 취재진을 향해 ‘중동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이미씨는 “팔레스타인이나 하마스에 대해 너무나 잘못된 정보들이 미디어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달된다”면서 “그런 부분들은 당신들이 바로 잡아야 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속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는 약 40여명의 이스라엘 지지자들도 참가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면서 조용히 시위를 벌였다. 자전거를 탄 약 20여명의 경찰들이 그들과 동행했으며 때때로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날 시위를 앞두고 베트남전 반전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던 1968년 전당대회 당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다행스럽게도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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