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7일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상품명을 홈페이지 검색 순위 상단에 오르게 하고 임직원이 구매 후기를 달도록 해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는 이유로 쿠팡에 과징금 1628억 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제재 의결서를 보냈다. 국내 유통 업체에 부과된 금액 중 역대 최대다.
이 같은 공정위의 제재를 두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규제가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을 관리 대상으로 정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사안별로 경제적 효과를 따져 부당 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21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KDI 포커스(FOCUS),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민정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동태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전적으로 자사 우대 행위를 금지할 경우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사전지정제를 도입하더라도 사후 규제 효과가 미비한 일부 행위에만 한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 우대는 플랫폼이 자사나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경쟁 제품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다. 보고서는 자사 우대를 △비공개 알고리즘에 의한 배치 우대 △식별 가능한 배치 우대 △데이터에 대한 접근 차별 △기타 투입 요소 및 시장에 대한 접근 차별 등으로 정의했다.
KDI는 자사 우대에 불공정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일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온라인플랫폼의 구조적 특성 덕에 자사 우대 행위가 소비자 효용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중 마진이 제거되고 품질이 개선되면 소비자로서는 이득”이라며 “플랫폼 알고리즘 덕에 소비자의 탐색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에는 경쟁 제한 효과와 경쟁 촉진 효과가 함께 발생한다”며 “사안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사후에 경제효과를 평가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KDI는 공정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사전지정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사정지정제도는 시장 지배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을 사전에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독과점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다. KDI는 또 앞으로도 공정위가 자사 우대 행위를 경쟁 제한 행위로 제재할 경우 문제가 되는 행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법안에 담아야 시장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발적인 시정 방안을 제시하는 ‘동의의결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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