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년 전 아나톨리아 지역의 리디아 왕국은 세계 최초로 금화와 은화를 만들었다. 리디아의 왕 알리아테스와 그의 후계자인 크로이소스는 세계 최초의 환율이라 할 수 있는 ‘금(金)은(銀) 교환비율’을 도입했다. 다른 교환비율과 마찬가지로 금 1온스(약 28g)로 구입할 수 있는 은의 양은 수급에 따라 결정됐다. 고대의 금은비율 자료는 없으나, 1974년 12월 금 선물이 출시된 후부터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금 1온스로는 17~123온스의 은을 구입할 수 있었다. 통화정책의 영향 이외에 금은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상대적 변동성과 베타(β)가 영향을 미친다. 주식시장에서 베타는 시장 전체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주식시장 용어를 빌리면 은은 ‘베타가 높은 금’이라 할 수 있다. 은과 금 가격은 일반적으로 강한 양의 상관 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더 커 금 가격이 상승할 때 은 가격은 더 많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금은비율은 낮아진다.
두 번째 요인은 제조 수요와 기술 변화의 영향이다. 현재까지 금과 은이 랠리를 펼치는 동안 금은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은 가격은 2020년 이후 금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 2011년의 고점 대비 40% 더 낮아진 수준이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1999년 사진 업계에서 2억 6770만 트로이온스의 은을 사용했는데 이는 그 해 전체 은 공급량의 36.6% 수준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의 확산으로 인해 2023년 사진업계에서 사용된 은은 2320만 온스로, 이는 2023년 총 공급량의 약 2.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금 가격이 최고점을 경신했지만 은 가격은 그렇지 못한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금과 글로벌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실제 금을 화폐로 취급하지만 은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각 국 중앙은행은 총 3만 6700톤(12억 트로이온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13년 간의 전 세계 채굴 생산량에 해당한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축적한다는 것은 달러, 유로, 엔, 기타 법정화폐의 외환보유고를 보완하기 위해 실물 자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반복된 양적완화와 금융제재의 증가로 인해 이 추세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은 가격은 금 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승할 뿐이다.
마지막 네번째는 공급요인이다.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게 되면 민간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금의 양이 줄어든다. 지난 10년간 중앙은행은 매년 신규 채굴 공급량의 8~20%에 해당하는 양을 금 시장에서 사들였다. 이는 2011~2020년 금은 가격 비율이 크게 상승한 이유와 지금도 그 비율이 2011년의 두 배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중앙은행 순매입을 제외한 금 공급량은 2003년 이후 정체된 상태다. 한편 은 채굴 공급량은 2016년 고점에 도달했고, 금 채굴 공급량은 다음해에 고점을 찍었다. 계량경제학 관점 분석 결과, 금과 은 가격은 서로의 채굴 공급량 변화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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