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대형 공적연금인 캐나다와 네덜란드 연기금이 쿠팡이 임차하고 있는 부천물류단지 등 한국 물류 센터에 5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티메프 사태로 인한 위기가 소셜 커머스 플랫폼 전반으로 번진 상황이지만 가치가 있는 곳에는 해외 투자자의 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올해 상반기 캐나다연금(CPP)와 함께 ESR캔달스퀘어의 한국 물류 코어(Korea Logistics Core·KLC) 펀드에 4억 달러(5300억 원) 이상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APG 관계자는 "한국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물류업계와 전자 상거래 임차인에게 수준 높은 현대식 물류창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LC펀드는 서울과 부천 등 수도권에 있는 ESR켄달스퀘어의 물류창고 7곳을 시작으로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넓혀갈 방침이다. 초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물류창고들의 총 면적은 약 30만2500평 수준으로 잠실종합운동장의 약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포트폴리오인 경기 부천의 물류단지와 콜드체인물류단지에는 각각 쿠팡 부천 1·2센터가 입점해 있다. 부천 센터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문을 소화하며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쿠팡의 '전략적 요충지'다.
쿠팡의 올 2분기 매출은 73억23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해 분기 매출 10조 원 대를 처음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8분기 만에 2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부과될 과징금 추정치 1억2100만 달러를 선반영한 결과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나 오프라인 대형 마트 등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11번가,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의 인수합병(M&A)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연기금의 물류센터 투자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의 차별적인 '한국 유통업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조인트벤처(JV)인 켄달스퀘어디벨롭먼트벤처 1호(ESR-KSⅠ)를 설립한 후 수도권 일대에 17개 물류 시설을 투자 개발한 바 있다. 이후 성장성이 입증되자 2020년에는 ESR-KSⅡ를 설립해 서울 뿐 아니라 부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 APG는 3억5000만 달러(4664억 원)를 투자했다. APG 측은 “한국 물류 부문이 수익 창출에 있어 강한 탄력성을 보였다”며 “이번 펀드 자금으로도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권의 주요 전략적 위치에 있는 물류 창고에 투자해 CPP와 ESR 간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PP는 올해 2월 ESR-KSⅠ의 지분 45% 중 절반 가량인 21%를 매각해 2억4500만 달러(3264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10대 연기금인 APG와 CPP의 운용자산(AUM)은 각각 5690억 유로(843조 원)와 5000억 캐나다 달러(489조 원) 수준이다. 일본과 노르웨이와 함께 3대 연기금에 속하는 한국 국민연금의 AUM은 1000조 원 이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