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든 더존비즈온의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다.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더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분 투자 후에는 향후 더존뱅크 컨소시엄의 주축인 더존비즈온에 자사 직원을 파견해 기업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제4인터넷은행 참여 방식을 두고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며 제4인터넷은행 인가전 가세가 유력해졌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두고 경쟁에 돌입한 컨소시엄은 KCD뱅크와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4곳이다.
농협은행이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더존비즈온의 장점인 방대한 기업 데이터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기업 내 급여 관리, 회계, 물류 등 전사적 자원 관리(ERP)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더존비즈온은 기업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업용 솔루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더존비즈온의 국내 ERP 시장 점유율은 16.8%로 글로벌 1위 업체 SAP(21%)에 이어 2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더존비즈온은 국내 중견·중소기업 ERP 시장에서 특히 뛰어난 강점을 가진 업체”라며 “농협은행이 더존뱅크 컨소시엄 합류를 초석으로 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고객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농협은행은 기업금융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올 7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22조 2011억 원으로 같은 기간 KB국민은행(42조 2444억 원), 신한은행(33조 5623억 원), 하나은행(33조 3267억 원), 우리은행(30조 7386억 원)과 비교하면 가장 적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기 대출 잔액 역시 올 7월 말 117조 2075억 원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국민은행(140조 1682억 원), 신한은행(138조 248억 원), 하나은행(137조 4239억 원), 우리은행(123조 3310억 원)에 비해 규모가 작다.
이에 농협은행은 기업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 전략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주택담보대출을 마음껏 늘리기 어려워진 가운데 기업대출 시장 확대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도 한몫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중소·벤처기업 전문 인수합병(M&A) 자문사 브릿지코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기업 고객 대상 M&A 자문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밝혔다. 올 들어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투자금융 부문을 기업금융 부문, 투자금융 부문으로 세분화하기도 했다. 기업고객부는 중소기업고객부·대기업고객부로 분리해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를 꾀했다.
더존뱅크 출범에 참여할 경우 농협은행은 신한은행과의 윈윈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현재 신한은행도 더존뱅크에 두 자릿수 비율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과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해 중소기업 특화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더존뱅크 컨소시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은행은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 공식화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대한 구체적인 참여 여부와 방식 등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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