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당시 재택근무를 실시하던 기업들이 엔데믹 이후 속속 오프라인 출근으로 전환하면서 MZ세대들과 갈등을 빚은 가운데 비가 오니까 ‘굳이’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알아서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고 하는 대기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비오는 날 출근을 하다 온 몸이 비에 젖고 출퇴근 시간도 길어져 비 오는 날은 직장인들에게 ‘낭만’이 아닌 그저 ‘꿉꿉하고 짜증 나 갑작스럽게 연차를 내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P 코리아는 김대환 대표의 명의로 직원들에게 최근 “직원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능한 재택근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날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로부터 재난안전문자가 올 때면 어김없이 재택근무 권고 연락을 받고, 업무 영역별로 상이하지만 HP코리아 직원들은 일주일 기준 1~2회 정도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데믹과 함께 국내 IT 업체들이 잇달아 재택근무 폐지 및 축소를 추진 중인 가운데, HP코리아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HP코리아에는 ‘일주일 기준 사무실 출근 ○회’라는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춰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한다.
이를테면 출근이 잦은 영업 부문 직원들은 금요일에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인사·마케팅 부문 직원들은 주 1~2회 정도 출근한다. HP 글로벌 본사와 협력이 다수인 파트 직원들 중에는 월 기준 회사 출근 횟수를 한 손으로 꼽는 이도 있다.
정부에서 재난안전문자를 보낼 때도 그렇다.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할 때면 여지없이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재택근무 권고 메일을 보냈던 이날도 HP코리아는 “현재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긴급 상황 발생 시 회사와 연락을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HP 코리아의 근무 환경은 엔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축소되고 있는 추세인 국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대조적이다. 카카오는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기로 했고,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은 전문 출근제로 전환, 야놀자는 재택근무 축소 등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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