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과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국 극작가 겸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유명한 사회주의자였다. 그가 1884년 설립을 주도한 페이비언 협회는 영국 노동당 창당의 계기가 됐고 현재 집권당이다. 버나드 쇼의 사상은 지금도 이 당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24년 버나드 쇼는 처제(메리 스튜어트 첨리)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에서 처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형부의 생각”을 알고 싶다며 몇 가지 질문과 함께 “명확한 답변”을 부탁했다. 간단히 답해도 됐겠지만 쇼는 그러지 못했다.
이후 본업인 극작도 뒷전으로 미루고 3년 넘게 답변을 준비했다. 1928년에 두툼한 책 한 권이 나왔는 데 바로 이 책 ‘자본주의+사회주의 세상을 탐험하는 지적인 여성을 위한 안내서(원제 The Intelligent Woman’s Guide to Socialism and Capitalism)’다. 책 이름이 다소 어색한 것은 이런 이유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당시 남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경제와 정치의 세계를 처제와 같은 여성에게도 이해시키는 차원이다. 그만큼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책에는 정치사상가 버나드 쇼가 40년 넘게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소득평등화를 지향하는 것이 사회주의이고 소득평등화가 이루어진 사회란 모두가 상호 결혼 가능한 사회”라는 단순 명쾌한 정의를 내린다. 그의 표현은 1920년대라는 시대를 감안하고 봐야 하지만 이해는 쉽다.
그는 “소득평등화가 이뤄지면 프롤레타리아를 압박하기 위해 만든 모든 규제가 사라지고 지배계층과 직능단체의 횡포에서 벗어나 개인들이 타고난 덕성을 발휘하면서 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자본주의는 몇 명의 게으른 사람들을 아주 부유하게 만들고, 대다수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빈곤한 처지에 빠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의 해결책은 공평한 분배, 주요 기업 및 은행들의 국가 경영이다. 사회주의의 고전인 칼 마르크스의 저작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작 발표 직후 영국 등 세계는 대공황을 겪었고 이후 파시즘의 대두와 세계대전, 소련의 전체주의화와 몰락, 냉전, 자본주의의 승리 등이 이어졌다. 버나드 쇼의 주장이 단순하기는 해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게 역대 사회·정치학자들의 의견이었다.
100년 전 버나드 쇼는 “산업혁명이 반쪽짜리 축복에 그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산업화와 기술혁신으로 부와 여가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같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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